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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멋진 사회적 타협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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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멋진 사회적 타협을 보고 싶다

입력
2010.06.2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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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MB는 세종시 수정안을 접겠다고 했다. 그런데 의연하게 자진 철회하지는 않고, 국회 표결을 통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에 남기겠단다. 치사하고 쫀쫀하다. 조선일보 김대중 씨조차 MB는 "세종시로 두 번 실패한다"고 일갈했다. 선거에서 졌으면 의연하게 접어야지 "구질구질한" 일을 벌인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에서 그 점을 짚어줘서 다행이다.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줄이고 늦춰야 할 4대강 사업

앞으로 남은 문제는 4대강일 것이다.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예민한 문제들이 나라 안팎에 널려 있는데, 그 문제로 얼마나 더 시간과 힘을 낭비해야 할까? 선출된 야권 자치단체장들은 정부가 그 사업을 독단적으로 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나섰고,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시민들은 그 사업을 저지하고 중단시키겠다며 점점 결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두 건을 보면, 그 비율이 35-47%다.

더욱이 여당 지지자들조차 그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시켜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예정대로 진행' 비율은 10%~21%밖에 안 된다. 여당 지지자들의 태반이 그 사업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것이다. 그 대신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이 비율이 31%~36%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이 여론조사들은 제법 신뢰할 만하다. 개별 정책에 대해서 개인들은 비교적 솔직한 의견을 가지며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지지 정당 하나를 묻는 여론조사에는 필연적으로 모호성이 내재한다. 관심과 정책은 다양하고 복잡한데, 결국은 정당을 '딸랑 하나'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강요에 가깝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나도 사업 반대에 표를 던졌다. 지금은? '진보적 개인'의 관점 혹은 개인적 양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사업 중단에 표를 던지면 충분할 것이다. 자신의 '진보적인' 혹은 '생태적인' 양심을 지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사업이 꽤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것으로 충분할까?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 보수와 진보의 어리석고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는 게 좋다. 지난 선거도 '진보'의 승리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타협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별의별 사람이 다 같이 숨쉬는 민주주의가 진행하면 할수록, 그것은 민주주의의 멋이고 장관이다.

물론 애초에 무리하게 혹은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 MB 책임이 크다. 그러나 퇴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부도 간단히 사업을 중단하기 쉽지 않을지 모른다.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한 청와대는 이제 4대강 사업까지 하지 못하면 당장 레임덕이 올까 전전긍긍할 것이니. 그러나 사업 중단 대신,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기간을 늦추는 일은 치욕이 아니다. 얼마든지 사회적 동의도 얻을 수 있다. 청와대는 임기 중에 서둘러 사업을 끝내서 치적으로 삼으려는 야심만 버리면 된다. MB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임기 동안 고집스럽고 바보 같은 짓만 하다가 실패하기보다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생태와 성장 조화시킬 방도를

그래서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나의 마음이 지금은 달라졌다.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기간은 늦추는 데 한 표! 그것이 생태적 피해를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 여겨진다. 그런 후에 생태와 성장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 경우 정부는 업적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합리적 보수가 MB를 바짝 이끌기 바란다. 고집불통 지도자는 나라에도 해롭지만 그들에게도 해로울 터. 대통령이 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화답할 것이다. 얼마나 멋있는 모습인가? 그렇지 않으면 소모적인 싸움과 재앙, 그리고 심판뿐이다. 그걸 원하나?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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