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운용하게 될 기상관측위성 천리안이 오는 12월 임무수행을 시작하면 국내 기상예보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3DTV 같은 차세대 위성방송통신 서비스, 중장기 기후변화 해양재난 예측 분야에서도 천리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영식 발사관리단장(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뿐 아니라 국민 생활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예보 시간대 2배 세분화
기상청은 현재 일본 정지궤도위성 MT-SAT-1R과 중국 정지궤도위성 FY-2D로부터 하루에 각각 44회, 28회 관측자료를 수신하고 있다. 또 미국 중국 유럽의 극궤도기상위성과 지구관측위성 총 12기가 보내오는 관측자료도 하루 2∼3회씩 받는다. 이들 자료를 근거로 기상청은 일기예보에 필요한 정보를 산출해 30분 간격으로 기상예보를 제공한다.
천리안에 장착된 기상탑재체가 구름과 해빙 적설 황사 수증기량 해수면온도 황사 등을 관측하는 임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외국 위성에 의존하는 지금보다 기상예보 시간대가 2배 이상 세분화 한다. 일반적인 기상예보는 15분, 태풍 같은 위험 기상예보는 최소 8분 간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만큼 예보의 정확도도 향상될 수 있다.
천리안에는 통신과 해양탑재체도 들어 있다. 통신탑재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국산이다. 위성스위칭과 다중빔안테나 등 새로운 기술이 적용돼 외국 위성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게 ETRI의 설명이다. 이 통신탑재체가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한국은 세계 10번째 통신위성 자체 개발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해양탑재체를 실은 정지궤도위성은 천리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화소 당 500m 공간해상도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가로세로 2,500km 고정 영역의 해양환경을 오전8시∼오후5시 사이 1시간마다 관측하게 된다. 해양생태와 기후의 중장기 변화, 어장 정보를 감지할 수 있고 해양재난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가지 복합기능 세계 최초
국내 지상국과의 교신과 목표궤도 진입에 성공해도 우리 기술로 정지궤도위성 운용은 처음이기 때문에 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3개 탑재체를 동시에 실은 정지궤도위성은 세계적으로도 천리안이 최초다. 여러 기능이 맞물려 있는 만큼 운용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여러 탑재체를 같은 위성에 장착하면 서로의 진동 영향으로 영상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탑재체마다 다른 작동 환경을 맞춰주는 것도 고난도 기술이다. 통신탑재체는 작동할 때 열이 많이 발생한다. 반면 기상이나 해양탑재체는 영상 품질이 온도에 매우 민감해 내부 온도를 최대한 저온으로 유지해야 한다. 기상탑재체는 천리안의 북쪽에 장착됐다. 따라서 천리안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이 남쪽에만 달려 있다. 태양빛을 반사하는 특성 때문에 태양전지판이 열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태양전지판을 양쪽으로 배치하는 다른 위성보다 균형을 잡기 어렵다는 것. 자체 연료를 사용해 수시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천리안이 올라갈 동경 128.2도 상공은 한반도가 바로 내려다보여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다. 그러나 운용은 까다롭다. 옆 인도양 부근에 중력이 안정된 지점이 있어 위성이 그쪽으로 자꾸 이동해가기 때문에 위치를 자주 보정해줘야 한다. 김방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위성관제팀장은 "연료를 수명인 7년6개월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여유분을 넣었다"고 말했다.
하반기 위성 2기 추가 발사
우리나라 첫 위성은 1992년 아리안4 발사체에 실려 꾸르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우리별 1호다. KAIST가 영국과 함께 만든 우리별 1호는 50kg짜리 소형위성으로 간단한 지상관측탑재체와 우주방사선측정기를 실었다. 민간에서는 95년 무궁화위성 1호가 발사되면서 통신방송위성 시대를 열었다. 이들과 천리안을 포함해 한국은 지금까지 총 11기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올 9월에는 기아나에서 정지궤도위성인 무궁화위성 6호가, 11∼12월 저궤도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가 러시아에서 발사될 계획이다. 무궁화 6호는 내년이면 수명을 다하는 통신ㆍ방송용 위성 무궁화 3호를 대체하기 위해 KT가 2008년 프랑스에 제작을 의뢰한 위성. 3만5,800km 적도 상공에서 15년간 운용된다.
아리랑 5호는 4년간 고도 550km에서 아침저녁으로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며 지상과 해양을 관측하게 된다. 항우연이 이탈리아와 함께 2005년부터 2,401억7,000만원을 들여 만들고 있는 아리랑 5호에는 흐린 날이나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한 해상도 1m급(가로세로 1m의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 전천후 관측영상레이더가 탑재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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