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힘' 석유가 떨어져 간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의 원유 생산 능력이 2015년까지 18%나 줄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EA는 지난주 "5년 내 400만배럴에 육박하던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33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석유 무기화를 외치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사실상 총탄을 잃는 것과 같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선에는 고유가 행진으로 인한 이란 경제안정이 큰 몫을 했다. 노후 유정이 많은 이란에서 당장 석유 생산량이 줄 경우 세입이 감소,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국제관계도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란의 원유 생산 감소가 기정사실화하면 그나마 이란을 지지하고 있는 브라질 터키 러시아 중국 등과의 유대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중국은 현재 이란의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자국 석유ㆍ가스 수요의 11%를 조달하고 있다. 중국석유천연가스(CNPC)가 이란 정부와 2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는 등 양국의 유전개발 협력은 활발하다. 미 외교에 일격을 가하는 핵 중재안을 내놓은 터키나 브라질도 모두 최근 이란과 가스 수출 프로젝트 계약을 맺는 등 에너지 분야 협력에 심혈을 쏟고 있다. 미국의 압력을 막아줄 이런 방패들이 등을 돌리면 이란의 고립은 심화될 것이다.
핵 개발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이란은 그 동안 국제 석유시장에서 발휘해온 파워 때문에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의 압박으로 이란과 오랫동안 협력해온 외국 석유회사들이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정부는 석유 가스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민간 기업들에 대해 한 해 두 차례 보고서를 제출토록 요구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과 달리 떠오르는 나라도 있다. 이란과 8년 간의 전쟁을 치른 경쟁국이자 이웃나라인 이라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이란에 이어 세계 4위의 원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 3위의 원유 수출국이었지만 잇따른 전쟁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현재 9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 안정되면서 5년 내 이란을 추월할 것이라고 IEA는 평가했다. 현재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은 1,150억배럴로, 사우디(2,640억배럴)의 절반, 이란(1,370억배럴)에 조금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개발 유전이 많아 본격 시추에 들어가면 사우디에 필적할 것으로 IEA는 전망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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