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25분, 넘어지면서도 오른발 슛으로 왼쪽 골문을 갈랐다. 후반 28분에는 오른쪽 코너에서 올라 온 크로스를 오른발로 깔끔하게 마무리, 2-0을 만들었다.
24일 밤(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이탈리아전. 슬로바키아는 지난 대회 챔피언인 거함 이탈리아를 3-2로 물리치면서 F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군계일학은 누가 뭐래도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비테크(28ㆍ앙카라구주)였다. 비테크는 이탈리아전 두 골을 포함해 3경기 3골로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과 함께 남아공월드컵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이탈리아를 침몰시킨 비테크는 누구일까. 내로라하는 거물급 스타들이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가운데 비테크의 깜짝 활약은 눈부시기만 하다. 소속팀 앙카라구주가 2009~10시즌 터키 리그 12위에 그쳤지만 비테크는 남아공월드컵 전부터 슬로바키아의 구세주로 꼽혀 왔다. 1999년 슬로바키아 리그의 슬로반 브라티슬라바에 입단,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비테크는 2005~0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전반기 17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다 후반기 16경기에서 16골을 몰아쳤다. 한 경기에 한 차례씩 꼬박꼬박 골망을 출렁인 셈이다.
득점 랭킹 5위에 오른 비테크를 두고 치열한 영입 경쟁이 펼쳐졌다. 함부르크 SV, 디나모 키예프,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등이 손을 뻗었지만 비테크는 프랑스 리그의 OSC 릴을 선택했다. 현재는 터키의 앙카라구주 소속. 슬로반 브라티슬라바 시절 101경기에서 47골, 뉘른베르크에서 뛰면서 109경기에서 35골을 뽑아낸 비테크는 남아공월드컵 뉴질랜드전서 슬로바키아의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뽑아낸 데 이어 이탈리아전 두 골로 단숨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2001년 국가대표팀 발탁 이후 성적은 73경기 출전에 22골. 188㎝ 82㎏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비테크는 7개의 슛 중 3개를 성공시키는 놀라운 파괴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던 각오 그대로 남아공월드컵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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