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5일 내놓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및 저축은행 PF채권 매입방안'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저축은행 업계를 고리로 금융위기로 번지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들 드러낸 것이다.
즉 '부동산 경기침체 →건설사 수익 악화→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금융권 대규모 손실'의 악순환 구조를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악순환이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시작되는 만큼, 부동산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비상대책이 또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사 구조조정이 핵심
저축은행에 2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건설 이외 업종이 포함되기는 했으나, 이번 대책은 사실상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겨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채권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과 시공능력평가 300위 이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부실 등급을 받은 비중은 건설업계가 압도적으로 높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인 C등급으로 38개사가 지목됐는데 이 가운데 10개사가 건설업체와 관련 시행사였고, 퇴출판정을 받은 D등급(27개)에서는 21개가 건설관련 부문에서 쏟아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경기회복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건설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 PF에 대한 지원도 저축은행 자체의 건전성 문제보다는 건설사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문제가 금융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 부실의 원천인 건설사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저축은행 부실PF를 매입하면서 건설업계를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부실 건설회사의 '무임 승차'가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대책
이번 대책은 어떤 효과를 낼까.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저축은행의 부실 논란이 최소 연말까지는 수그러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적어도 6개월내 B등급 기업이 C등급으로 떨어지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요컨대 출처를 알 수 없는 퇴출 건설사 명단이 떠돌고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사태가 연말까지는 재연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건설사가 추가로 부실화한다면 이번 대책은 결과적으로 미봉책에 불과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 구조조정의 효과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건설업체의 영업환경이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예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도 "이번 조치로 시공사가 사실상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형태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켜온 기존 주택사업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면서도 "부동산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근 나타난 부실의 악순환이 또다시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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