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수들의 '굴욕'이 잇따르고 있다. 좌익수들의 수비에 따라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4일 잠실 두산-삼성의 경기. 삼성이 1-0으로 앞선 8회 말 무사 1루에서 두산 이종욱의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오정복 앞으로 뻗어갔다. 오정복은 타구를 글러브에 담기 위해 왼손을 쭉 내밀었으나 공은 뒤로 빠져 펜스 앞까지 굴러갔다.
1사 1루가 될 상황이 동점 후 무사 2루가 됐다. 오정복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지만 공이 일시적으로 조명타워 불빛에 숨었기 때문에 타구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야간경기 때 외야수들이 플라이 타구를 종종 놓치는 것은 조명타워의 불빛과 무관하지 않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도 이날 아쉬운 수비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현수는 3-3으로 맞선 연장 11회 초 2사 1ㆍ2루에서 조동찬의 플라이 타구를 2루타로 둔갑시켰다.
조동찬은 사이드암 이재학의 서클체인지업을 걷어 올렸고, 잘 맞은 타구는 김현수 쪽으로 날아갔다. 잡을 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두산이 전진수비를 펴고 있었던 데다 김현수의 낙구지점 판단이 좋지 못해 결승 2타점 2루타가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KIA 나지완도 '좌익수의 굴욕' 대열에 합류했다. 나지완은 20일 인천 SK전에서 0-0이던 6회 말 2사 1루에서 김재현의 플라이 타구를 2루타로 만들어줬다. 수비보다는 '큰 거 한방'이 있는 공격이 장기인 나지완이라고는 하지만 KIA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다른 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 손아섭, 한화 최진행, 넥센 클락, SK 박재상 등도 공격은 나무랄 데 없지만 수비에서는 2% 아쉬운 장면을 종종 연출한다. LG도 박용택이 선발 좌익수로 나간 날에는 경기 후반 수비보강을 위해 수비요원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한 구단 관계자는 25일 "외야 세 자리 중에서 좌익수의 수비 부담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각 팀이 방망이에 비중을 둔다. 하지만 팽팽한 경기, 특히 잠실구장처럼 큰 구장에서는 외야수의 수비 하나로 승부가 갈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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