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불암씨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직후 서울 명동에서 '은성'이란 주점을 운영했다. 지금의 유네스코회관 건물 맞은편 자리다. 통나무 의자에 사기그릇 대포 잔, 담배연기로 꽉 찼던 이곳은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시인 박인환 김수영 박재삼, 수필가 전혜린, 작곡가 윤용하…. 당시 중학생이던 최씨는 걸출한 예인들의 작품 발표장이기도 했던 이곳을 드나들며 그들의 여과되지 않은 삶을 마주했다.
연극 연출가 임영웅씨는 명동예술극장의 전신인 국립극장 시절이던 1960~70년대, 부설기관인 연기인양성소 소장을 역임했다. 배우들은 그와 함께 희곡을 읽고 발성을 배웠으며 신체훈련을 거쳤다. 당시 수강생으로 심양홍, 백수련, 김금지씨 등이 있다. 개그맨 전유성씨는 1970~80년대 포크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던 서울 무교동 음악살롱 '꽃잎'의 연예부장이었다. 명동 '쉘부르'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이곳에서 그는 오디션 담당자로 이문세, 한영애씨 등을 발탁했다. 개그맨 김학래, 임하룡씨는 DJ로 활약했다.
명동에 얽힌 추억을 가진 원로들이 한 데 모여 토크쇼를 연다. 지난해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7월 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탤런트 최불암 이순재, 연극배우 백성희, 연예기자 1호로 꼽히는 정홍택씨 등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행사 1부는 '명동 문화지도 다시 읽기'. 정홍택씨와 음악평론가 이상만씨가 예술인의 안식처로서 명동을 주목한다. 시인 박인환이 은성에서 썼다는 시 '세월이 가면'은 '명동의 엘레지'라고 불렸을 정도였다. 박인환이 '목마와 숙녀'를 읊었던 모나리자다방과 은성 등 추억의 장소를 안내한다.
2부 '극장이 뒤집어졌다'에서는 임영웅 백성희 이순재 최불암씨와 김벌래 홍익대 교수가 난상 토크를 벌인다. 명동 국립극장 무대를 회고하고 개인적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3부에서는 국악평론가 윤중강씨의 '노래와 영화 속 명동풍속도' 강연이 열린다. 1930~70년대 명동을 주름잡았던 가요와 영화, 국악이 중심 텍스트다. 명치좌(국립극장 전신)에서 마지막 공연을 가졌던 이난영, 김해송 부부를 기리며 '오빠는 풍각쟁이'와 '개고기 주사'를 양악과 국악 동시 편성으로 듣는 식이다. '진고개 신사' '서울야곡'도 연주된다.
마지막 4부 '술, 노래 그리고 낭만'에서는 전유성, 김도향씨가 청바지와 통기타, 장발머리로 대표되는 1970~80년대 명동의 청년문화를 회고한다. 김씨는 당시 노래를 통기타로 들려준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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