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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용법' 출간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책과 친해지려면 책을 만만하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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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용법' 출간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책과 친해지려면 책을 만만하게 보세요"

입력
2010.06.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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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읽어야 되는데….' '이렇게 두꺼운 걸 언제 다 읽지'

누구나 한 번쯤 빼곡한 책장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로 책 안(못) 읽는 자신을 합리화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한 출판사 대표가 '독서 가이드'로 나섰다. 26년째 출판 편집자로, 최근 10년간은 출판사 '마음산책'의 사장으로 지내온 정은숙(48) 대표. 그가 펴낸 은, 그러니까, 책과 친구되는 법을 안내해주는 책이다.

정 대표가 추천하는 책 사용법은 크게 2가지. 먼저, 책을 잘 관리할 것. 재미로 읽을 책은 가방 속에 혹은 침대 머리맡에 가까이 두고 정보 습득에 필요한 책은 책장에 두되, 직업적으로 필요한 책은 목차나 내용을 파악한 뒤 눈에 잘 띄는 곳에, 나중에 볼 책은 깊숙한 곳에 보관하라는 것이다. 그는 "독서의 왕도는 없지만 책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야 한다"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류법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단번에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훑어보고 흥미가 생기는 부분을 발견하면 몰입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책에 빠지기 때문이다. 읽다 어려운 부분은 건너 뛰란다. 그는 "독후감, 리포트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으레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데 그럴 필요 없다. 시한을 두지 말자"고 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10권짜리 장편소설도 1권을 읽을 때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라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이 책을 낸 것은 일반인들이 즐거움을 얻거나 지식ㆍ정보 습득을 위해 책을 읽는 반면, 그는 더 나은 편집을 위해 책을 필사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적잖은 책 사용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책이지만 한번쯤 만만하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책을 잘 안 읽는 청소년들이 많이 읽기를 바랐다.

'재미와 정보는 책 바깥에서 지천인데 왜 굳이…'라고 반문하자 정 대표는 "정보가 많을 수록 옥석을 가리기 위해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책마다 달리 접근하고, 비판적으로 보는 '지성'이 책에 있다"며 "책을 읽어야 장기적으로 정보 해석력과 판단력을 키워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판업계의 화두인 전자 책도 그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현대인에게 쉽게 접근 가능한 모바일 형태의 책이 새로운 유통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독자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책을 멀리하는 청소년이 (전자책으로) 흥미를 느끼면 종이 책도 볼 수 있죠. 또 컨텐츠는 우리가 만들잖아요." 그래서 출판계가 어렵다지만, 그는 낙관적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대학졸업 직후인 1985년 편집자로 시작해 지금껏 줄잡아 1,000권의 책을 만들었고, 2000년 설립한 마음산책에서도 180종의 책을 냈다. 그는 92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시와 책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세계를 시로 쓰고 제목을 다는 것처럼 책도 편집자로서 내용을 쓰고 제목을 다니까 결국 시와 책은 정체성이 하나로 모이죠. 그래서 마음산책이 낸 180권의 책은 제가 쓴 180편의 시예요."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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