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의 매듭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이 법의 야간 집회 금지조항(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6월 30일까지 헌법 취지에 맞게 개정하도록 결정했다. 그 시한이 5일 앞으로 다가온 어제까지도 여야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렸다.
핵심 쟁점은 야간 옥외집회 허용 시간대와 장소 문제다. 한나라당은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대로 야간 옥외집회를 밤 11시~오전 6시에는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자정~오전 6시에는 주거지역, 학교, 군사시설 주변 등지에 한해 선별 규제하자고 맞서고 있다.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 상정에 의한 강행처리도 배제할 수 없지만 6월 국회 내 법 개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 여야가 18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즈음하여 대화와 협상의 정치,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첫 국회에서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셈이다.
여야가 어제 의견을 모은 대로 "일방 처리하지 않고 충분히 토론, 합의를 모색한다"는 약속에 충실하면 절충점 찾기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집회ㆍ시위의 자유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임에 비춰 가능한 한 제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은 특정 시간대에 일률적으로 옥외집회를 금지할 경우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지 않아 또다시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만,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도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범위까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 사회의 집회ㆍ시위 문화가 충분히 성숙해진다면 굳이 야간 옥외 집회에 제한 규정을 둘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야간 집회가 주최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통제하기 어려운 폭력사태로 변질된 일이 드물지 않았던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여야가 눈앞의 정치적 계산을 떠나 냉철하게 사리를 살피면 집시법 개정안의 절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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