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판 크레펠트 지음ㆍ이동훈 옮김/살림 발행ㆍ613쪽ㆍ2만7,000원
살육과 파괴가 일상으로 용인되는 전쟁은, '문화인'들에게 기피 혹은 혐오의 대상이다. 이들에게 전쟁은 유인원의 공격성을 지우지 못한 인류의 퇴행성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마틴 판 크레펠트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는다. 은 누만년 전쟁의 역사가 실은 인류를 매료시켜온 '문화'의 역사였다는 그의 주장을 엮은 책이다.
"전쟁 자체에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전투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 어쩌면 가장 큰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전쟁에 대한 매혹은 전쟁 문화를 발전시켰고 전쟁 자체도 그 문화 속에 함몰되었다."
저자는 전쟁과 거기서 파생된 문화가 인간의 역사와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였음을 여러 각도에서 논증한다. 전쟁 문화를 인간 생활의 일부로 이해해야 하고 "생활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고도 호의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쟁을 단순히 정치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을 그는 배척한다. 오히려 불필요해 보이는 의례나 선전포고, 포로에 대한 인도주의 등 부수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쟁을 유지시키는 본질이라고 파악한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도 결국 이 문화를 대하는 태도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는 그것을 마초주의의 극단쯤으로 여기는 시각을 논박하는 데 할애됐다. 규칙과 문화가 없는 테러리스트들부터 편협한 페미니스트까지, 저자에 따르면 "전쟁의 문화를 약화시키고 부식시키는" 이들이 비판적 논평의 대상이 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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