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경제 쇠락? 하야부사 우주여행의 저력을 보라
우주개발의 염원을 담아 쏘아 올렸던 나로호가 궤도진입에 또 실패했다. 속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주를 향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우리 국민들은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때 일본에서 들려온 뉴스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주 탐사선인 '하야부사'(隼ㆍ송골매)가 소행성 '이토가와'에 착륙했다가, 먼 길을 되돌아 지구로 귀환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인류가 사람이든 우주선이든 천체에 착륙했다가 되돌아온 것은 달 탐사가 유일했는데 하야부사가 두 번째로 소행성에 착륙했다가 지구로 귀환한 것이다. 달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소행성은 고속으로 움직인다. 또 소행성은 지구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다.
지구가 소프트볼 정도라면 달은 3m 떨어져있는 10원짜리 동전이고 이토가와 소행성은 소프트볼에서 약 1.7㎞ 떨어진 미세 입자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표적을 맞추기 어렵다. 또 하야부사는 소행성을 오가는 도중에 엔진 고장을 일으켰고 통신도 자주 두절되었다.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소행성에 무사히 도착했으며 그곳의 흙 모래가 묻은 캡슐을 지구로 가져온 것이다. 항해기간이 7년이고 거리는 60억㎞에 이른다.
하야부사의 성공은 일본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경제상황이 미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본인들은 지금 피로감에 젖어 있다. 최근 들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일본경제는 아직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에서 디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개인들 입장에서는 임금이나 취업 형편이 나아지지 못하고 기업들도 수익성 향상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ㆍ고령화나 재정문제와 같은 과제와도 힘겹게 상대해야 한다. 이러한 때 하야부사의 귀환은 일본인들에게 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은 것이었다.
아직 자체 우주발사체도 갖고 있지 못하고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쏘아 올린 두 차례의 위성발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우리로서는 하야부사의 성공이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본도 이런 성과를 하루아침에 일궈낸 것은 아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은 상당히 발달한 항공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패전 후 연합국은 항공기 생산과 연구를 철저히 금지시켰다. 그러다가 1952년 항공자주권을 회복하면서 본격적인 로켓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55년에 도쿄대 교수인 이토가와 히데오는 초소형 로켓을 쏘아 올렸다. 하야부사가 다녀온 소행성의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후 40여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94년에 가서야 일본은 독자기술로 만든 로켓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로켓발사가 실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의 우주개발 능력이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하야부사와 같은 최첨단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일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5월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와 함께 연료 없이 돛으로 항해하는 우주범선 이카로스를 실험적으로 우주에 올려 보낸 것이다. 이카로스의 기본 원리는 우주공간에서 초박막으로 만들어진 돛(帆)을 펼쳐 태양광을 받은 후 그 반발력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것이다.
일본의 우주탐사는 그동안 산업 각 분야에서 축적해온 첨단기술에 의해 뒷받침된 것이다. 일본은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외국으로부터의 특허료 수입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본경제의 쇠락을 이야기하는 담론이 유행하고 있으나, 그들의 우주산업 경쟁력을 볼 때 그런 논란은 좀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주 인용되고 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로는 일본이 올해 27위로 하락했으나, 과학 인프라 항목은 부동의 2위가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이다.
권승혁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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