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음악은 항상 특별한 기억을 불러온다. 비틀즈를 들으면 대학시절 연애하던 그 설렘이, 케니지를 들으면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어느 가을날이, 생상의 '빈사의 백조'를 들으면 올해 4월 사옥을 개관하던 날이 떠오른다.
기억은 음악을 떠올리지 못하지만, 음악은 기억을 불러내는 묘한 힘을 가졌다. 이런 마력과도 같은 힘은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두루 적용된다. 이렇듯 인류는 문화를 통해서 성장해 왔다.
과거 지구의 4분의1을 지배했지만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후 주도권을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 빼앗긴 영국이 회생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문화를 테마로 한 창조산업에 대한 투자였다. 대처 수상의 '창조경영'에 따른 문화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경제 회생은 물론 오늘날 세계 문화의 메카가 될 수 있었다. 프랑스의 패션 문화나 미국의 대중 문화를 보아도 문화 산업의 발달이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고전적인 문화인 클래식이나 오페라 산업은 여전히 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는 어렵고 비싼 문화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제 문화를 빼놓고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가 주는 브랜드 효과에 따라 기업의 수출이 좌우되고, 선진국 여부가 결정된다.
기업이 문화 예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림푸스한국도 최근 사옥을 건립하면서 지하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과 갤러리로 구성된 복합 문화센터도 함께 문을 열었다. 영상과 의료산업이 주력인 업체가 클래식 전용관을 짓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만류했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달랐다. 소수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클래식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시설을 투자 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한 문화 공헌을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다. 문화 예술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문화 격차를 해소해 우리 사회 전체가 혜택을 누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 역시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 선사하는 선물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풍성한 문화를 향유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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