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를렌 루 등 지음ㆍ황승임 옮김/느림보 발행ㆍ96쪽ㆍ9,000원
최근 국내에 자주 소개되는 북유럽 문학은 '소박하고 위트 있으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담겼다'는 평을 듣는다. 노르웨이 동화 도 그렇다. 노르웨이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된 이 이야기는 한 지게차 운전수 가족의 안분지족의 삶을 다루면서, 행복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사랑과 여유를 갖는 데서 온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공부가 싫어 지게차 운전수가 된 쿠르트씨는 자신의 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를 낚는데, "이제 먹을거리가 생겼고, 당장 입을 옷은 충분하기 때문에 일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족과 물고기를 타고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미국, 브라질, 남극, 인도 등을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삶의 여유를 되찾자 말라깽이 딸은 통통해졌고 부부는 사랑을 속삭였으며 현지인들과 물고기를 나눠먹으며 나눔의 가치까지 배운다.
이 동화는 교훈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지만 적절한 반어와 유쾌한 농담, 자연과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 등이 어우러져 흥미로우면서도 뼈있는 이야기로 탄생했다. "여행에선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좋지요. 그렇지 않으면 여행을 끝내지 못할 거예요"라든가, "어린애는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어린이의 특권"이라는 등의 표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욕심내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1등이 되라고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반성의 울림을 준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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