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는가. 왜 읽는가. 책의 저자와 독자가 서로 혹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이 질문들에 답하는 책 2권이 나란히 나왔다. 독일 작가 롤프 베른하르트 에시히가 쓴 (주니어김영사 발행)과 시인 겸 26년차 편집자 정은숙의 (마음산책 발행)이다.
소설가 배수아가 번역한 은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글쓰기 비결을 들려준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까지 고민과 좌절, 기쁨과 고통을 반복하는 그들의 일상과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은 왜 책을 읽는가, 책의 기능, 책을 잘 읽기 위한 계명 등을 이야기한다. 책 읽기에는 왕도가 없고, 책에 따라 사용법도 달라지지만 "책은 인간을 치유한다. 쓰는 행위를 통해, 읽는 행위를 통해." 저자가 책에 바치는 헌사 중 하나다.
책은 분명 정신적 작업의 정수다. 글을 쓰느라 심혈을 기울이는 작가의 혼과, 거기에 감응하며 지적 씨름을 하는 독자의 노력이 만나 책이 살아난다. 독자가 없으면 책은 종이뭉치에 불과하다.
책을 낮잠용 베개로 쓴다 해도 머리 밑에 근사한 보물섬을 하나 챙겨둔 듯한 뿌듯함을 즐길 수 있다. 가지 않은 길과 낯선 세계가 책 안에 있다.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해가면서 읽은 책을 먼 훗날 들춰보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정신의 지문을 새기고 늘려간다.
책 읽기는 뭐니뭐니 해도 즐거워야 할 것이다. 묵직한 책이든 가벼운 책이든, 제각각 매력이 있다. 책 읽는 재미에 빠져서 날 밝는 줄도 밤을 꼴딱 새운 적이 언제였던가, 새삼 그립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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