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효리를 좋아한다. 노래를 잘 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가수가 노래를 잘 해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축구 선수가 공을 잘 차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한다. 그런 것과 같다. 내가 그를 좋아 하는 이유는 예쁘기 때문이다. 얼굴도 예쁘지만 하는 행동이 예쁘다. 솔직하다.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쌩얼(화장 안한 얼굴)로 돌아다니고 맨발로 이리저리 뛰고, 때로는 게임에 몰두하다 다치기도 한다. '패밀리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다. 톱스타급 연예인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많이 받으며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뭘"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자기가 좋아해도, 신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엔터테이너에게 쌩얼과 맨발, 그리고 걸핏하면 뿅 망치로 머리를 뿅뿅 얻어맞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런 솔직하고 긍정적인 태도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 아주 난처한 궁지에 몰렸다. 4집 앨범에 들어 있는 노래들 대부분이 표절되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네티즌 사이에 오르내렸는데, 이번에 본인이 "표절을 인정합니다"라고 밝히게 되었다. 이 역시 그의 솔직함이다.
그는 과연 어떻게 되나?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 표절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작사자와 작곡자에게 있다. 만일 이효리가 가사를 썼거나, 곡을 만들 때 거들어서 공동창작자 역할을 했다면 그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지워지겠지만 그런 게 아니다.
바누스 바큠(리더 이재영)이라는 작사ㆍ작곡자들이 겪는 아픔보다는 이효리의 정신적 고통이 훨씬 클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가수생활 13년 동안에 앨범을 4집 정도 출반할 만큼 노래 선정에 신중한 그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특히 큰 충격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당분간 가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건 아니다.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이효리답지 못하다.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가수로서 좀더 조사해 보고 신중을 기해서 발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사과하고 "다른 노래로 종전보다 더 열심히 활동을 하겠으니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이효리답다.
가요표절 시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중가요가 불리워질 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날 공연윤리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가요 심의를 할 때 외국노래 표절 시비는 물론이고 국내 작곡가끼리 고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창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수가 표절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런 경우 앨범을 제작한 사람은 물론이고 많은 팬들이 피해자가 된다.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도 정신적인 피해가 된다.
토탈 엔터테이너라는 것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가수나 연기자나 무용수나 코미디언이나 연주자를 키워 본 부모들은 잘 안다. 피나는 노력이라는 말이 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자식을 인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동분서주해 본 부모들은 그 말의 의미를 안다. 스포츠 스타도 마찬가지다. 김연아,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모도 힘들지만 나이 어린 본인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이효리, 성유리, 이진, 옥주현 등으로 구성된 '핑클'이 데뷔하여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팬들을 크게 위로해 주고 있다. 이번 표절 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이효리가 팬들로부터 위로를 받아야 할 입장이 되었다. "가수활동 중지"라는 말을 중지하고 당당히 더 열심히 활동하는 맑고 밝은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홍택 전 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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