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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하모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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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하모하모

입력
2010.06.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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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長魚)'는 이름처럼 길다. 긴 것은 2m가 넘는다. 생긴 것은 뱀처럼 섬뜩하게 보이지만 으뜸의 영양식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민장어 3종 세트'가 있다. 바다에서 나는 '붕장어' '먹장어' '갯장어'가 그것이다. 붕장어는 회로 먹고 양념을 발라 구워먹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먹장어는 부산 자갈치시장의 대표 술안주였던 곰장어를 말한다. 예전에는 껍질을 벗겨 양념구이로 즐겼는데 요즘은 껍질째 짚불에 구워먹는 짚불구이로 유명하다. 갯장어는 산란기인 요즘이 제철이다. 장어 중에서 맛이 으뜸이라서 '참장어'로 대접한다.

붕장어, 먹장어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여름나기 보양음식으로 최고다. 갯장어는 두툼하게 썬 회도 좋고 육수를 끓여 싱싱한 채소와 함께 데쳐 먹어도 좋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어죽을 쒀도 별미다. 갯장어를 흔히 '하모'라고 부른다. '왜(倭)말'인데 '아무거나 잘 문다'는 뜻이다. 경상도 탯말에 '하모'라는 말이 있다. '예'라는 긍정의 뜻이 담긴 말이다. 강한 긍정을 나타낼 때는 '하모하모'라고 답한다.

여수 대경도에 친구 정만이가 즐겨가는 갯장어집이 있다. 제철에만 장사를 하는 맛집이다. 정만이와 함께 갯장어 회를 먹고 싶다. 먹다가 "맛잇지라?"며 정겨운 전라도 탯말로 물으면 "하모하모 억수로 마싯다!"라고 구수한 경상도 탯말로 대답해주고 싶은데.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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