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진 촬영용’ 모임에 그치고 말 것인가.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과열조짐 등 때문에 각국 정부간의 정책 조율이 중요한 때 열리지만, 이전 정상회담 때보다 국가별 입장차이가 커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 정책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입장 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재정정책을 놓고 미국과 나머지 G20국가 간의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가별로 온도 차는 있지만 경제 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금융위기 직후 주요국들을 뭉치게 했던 위기감이 많이 약화된 상태다.
특히 그리스발 재정 위기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은 앞다퉈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세금을 올리는 등 긴축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재정위기의 다음 제물이 될 수 없다는 절박한 입장이다. 토론토에 도착한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더 이상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며 “성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근 주택경기의 급락 등으로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미국은 경제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너무 빨리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주요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각국 정부가 지출을 계속 늘리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 회복세가 잠식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과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형편이 나은 국가들은 긴축 대신 지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4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독일은 그 동안 다른 어떤 나라보다 세계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독일의 긴축 조치에 못마땅해 하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더욱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번이 취임 후 첫 공식 국제무대이기 때문에 국내 유권자들에게 순순히 미국의 주장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곤란한 상황이다. 캐머런 총리는 취임 직후 세금 인상과 공공 지출 삭감 등 대대적인 비상 재정 정책을 발표했고, 간 총리 역시 재정 적자 감축이 최우선 정책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AP통신은 “G20 정상들이 과거 세 번의 회담에서 보여줬던 연대감이 지금은 많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유럽과 지속적인 성장을 앞세우는 미국이 어느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美의회 금융개혁법안 최종 합의
한편, 미국 상·하원은 금융개혁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년여 동안 끌어온 금융개혁법 단일안에 25일 최종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민주, 공화당 양원 합의단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소비자보호청 신설, 금융기관 감독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일안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금융개혁법안은 내주 초 의회 표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될 전망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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