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모 고교 1학년 야구선수인 B군은 집안의 이사에 따라 서울의 모 학교로 전학을 요청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학교측은 "선수가 없으면 야구부 운영을 할 수 없으니, 계속 이 곳을 다녀라"며 단호했다. B군은 "학교의 이적 동의서가 없으면 새로 전학 가는 학교 운동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상담을 요청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중학교 농구부원인 C군은 감독의 상습적인 구타와 선배의 괴롭힘을 참지 못해 전학하려 했지만 학교측이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장의 이적동의서를 받지 못할 경우 2년 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C군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운동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학생 운동선수들이 선택의 자유를 침해 당하고 있다. 집안사정이나 운동부 내 구타 등의 이유로 전학하려 해도 학교장이 발부하는 이적동의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의 선수등록규정에 따르면 전학을 한 후 이전 소속 학교장의 이적동의서가 없으면 해당 선수는 최소 만 2년 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문제는 학교측이 학생을 볼모로 삼는 근거인 대한체육회 선수등록규정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양재근 서울산업대 스포츠건강학과 교수는 "선수등록규정의 근거가 됐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선수등록 일반지침이 지난 2002년 폐지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상위규정이 없어졌는데 하위규정이 그대로 남아 자유로운 선택과 행복추구라는 헌법적 권리를 옥죄고 있는 꼴이다. 사실 대한체육회가 이 규정을 계속 살려두는 데는 타 시도나 학교의 무분별한 '선수 빼가기'를 우려한 시도 체육회의 압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학생이 경기단체에 선수 빼가기가 아닌 정당한 사유로 이의를 제기하면 학교측이 반대하더라도 전학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는 학생이나 부모입장에서 학교가 전학을 반대할 경우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전학을 하든지 아니면 전학을 포기하는 양자택일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관련, 25일 인천대에서 '학생운동선수의 전학 및 이적동의서 발급 문제에 대한 인권적 발전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할 예정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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