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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허정무 감독께

입력
2010.06.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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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내로라하는 대선배님들, 김용식 김정남 이회택 김호 차범근 감독이 못해낸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는데 얼마나 기쁘십니까.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를 거두면서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허 감독님의 축구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월드컵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속설이 있는데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며 기피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덜컥 막중한 책무를 맡았을 때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입니다. 98년 10월인가요. 프랑스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로 대패, 차범근 감독이 중도하차 하는 불상사를 겪은 뒤에 처음으로 도입된 전임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었었지요.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 태국과의 8강전이었지요. 태국은 2명이나 퇴장 당해 9명으로 싸웠는데도 우리 대표팀은 1-2로 패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도 민망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비록 항상 역대 참패사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에는 빠져 있지만 어찌됐든 한국축구의 수치였습니다. 결국 2000년 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지요.

그런데 7년 만에 다시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허정무호 출범 2년 7개월 만에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원래 대표팀 감독 자리가 평상시 잘 하다가도 한 경기에서 졸전을 거두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 십상이죠. 가장 변덕스러운 게 여론을 등에 업은 매스 미디어의 뭇매아닙니까. 많이 겪었을 것이고, 많이 서운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허 감독님은 묵묵히 하나하나 이정표를 세워나갔습니다. 2008년 11월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 본선 진출의 최대난관을 돌파했죠.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정대회로는 처음으로 유럽팀(그리스)을 꺾었고, 16강에도 진출했습니다. 이제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남미징크스(역대 4차례 대결 무승)를 깨트리고 8강에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허 감독님이 출사표에서 던진 '유쾌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진행형 일뿐이죠. 16강전부터는 단판 승부로 벌어지는 토너먼트인데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90분간의 드라마에서 어떤 극적인 순간이 연출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자신감을 갖고 나선다면 우루과이도 결코 못 넘을 산은 아닙니다.

그러나 허 감독님,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한 대표팀에 대한 병역특례는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감독님은 "솔직히 우리가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건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공로가 컸다"면서 "실제로 선수들이 해외에 좀 더 나가서 뛰고 싶은 데 걸림돌이 바로 병역 문제다. 융통성을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희망사항을 털어 놓았습니다.

병역 혜택이 8강, 4강 진출에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현행법에도 어긋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이미 2007년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월드컵 16강 병역 특례는 없어졌고, 야구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했지만 병역 특례를 적용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오직 바닥난 체력을 추스르고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우루과이 전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고단한 삶에 지친 5,000만 국민들에게 통쾌한 승전보를 선사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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