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시한(25일)을 하루 앞두고 오히려 대출금을모두 갚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 약정 체결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그룹은 최근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 요청을 외환은행이 전례가 없다며 거부한 것과 관련, "과거에도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사례가 많다"며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 요청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현대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2002년 SK가 제일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을 변경하는 등 4개 기업이 주채권은행을 변경했고, 2003년과 2004년에도 한진과 동부 등 6개 기업이 주채권은행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며 "당시 주채권은행 변경은 해당 기업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금융당국도 필요성을 인정해 채권은행들과 협의해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당시 금감원은 채권액이 적은 은행이 주채권 은행을 맡으면 해당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고 해결하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지적했다"며 "2003년 LG카드 사태 때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이 수수방관하자 금감원이 나서서 주채권은행을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도 외환은행의 현대에 대한 여신 규모가 1,600억원 수준으로 작고, 외환은행이 재무구조 평가에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개선 전망을 반영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점 등을 들어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2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던 2008년에 버금가는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또 외환은행이 현재 매각 절차중이어서 신속한 업무 추진이 어렵고, 재무구조 평가 진행 사항 등이 언론에 노출돼 기밀유지가 되지 않은 점도 변경 이유로 꼽았다.
한편 외환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현대가 25일까지 약정을 맺지 않으면 이달말쯤 채권단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