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둘러싼 한나라당 친이계와 야당간 신경전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친이계는 주말까지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서에 의원 서명을 받아 28일 본회의 제출, 29일 본회의 표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4일까지 서명한 의원은 53명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를 위한 30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에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고위정책회의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계속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오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싸우지 않기를 바라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원인 제공을 한다면 분연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국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박희태 국회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 법안의 본회의 표결을 위해선 부의 요구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상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은 여야 협의로 결정하는데, 세종시 수정 법안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워낙 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만일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세종시 수정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는 박 의장의 몫이 된다.
박 의장의 최근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회법 절차에 따르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야간, 한나라당내 친이ㆍ친박계간 이해가 상반된 안건을 표결에 부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 의장측 관계자는 "본회의 안건 상정에 앞서 여야 협상을 촉구한 이후에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르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 의장이 세종시 수정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법 76조는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 요청된 안건을 본회의 안건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이 세종시 수정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18대 전반기 국회와 같은 여야간 극심한 충돌이 재연될 수 있고 친박계와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다. 하지만 상정을 거부할 경우에는 그 동안 지원을 받아온 친이계와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여야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종시 수정 법안 본회의 상정 여부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박 의장의 첫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