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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93) 한국MSD 봉사자들과 따뜻한 만남 가진 인부전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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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93) 한국MSD 봉사자들과 따뜻한 만남 가진 인부전 할머니

입력
2010.06.2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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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그리운데 젊은이들이 와주니 반갑고 고맙지"

"할머니 아침은 드셨어요?"

"너무 아파서 못 먹었어. 추워서 이렇게 이불 뒤집어 쓰고 있잖아."

"얼굴은 어디서 다치셨어요? 연고는 바르셨어요? 우리 많이 기다리셨어요?"

"기다렸지. 내가 밤 사이 아파서 죽어 버리면 못 만나니까 걱정했어."

19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인부전(81)씨의 집. 손녀뻘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둘러싸인 인씨의 말투는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듯했다. "몸이 아프다"는 말을 끊임 없이 반복했고, 여러 차례 "매일 오늘처럼 살면 참 좋겠다"고 했다. 근근이 생계를 잇게 해 줬던 일용직 일자리가 끊긴 10여 년 전부터 생활보호 대상자로 홀로 살아 온 그에게는 이날이 모처럼 제대로 된 사람살이를 경험할 수 있는 하루가 된 셈이다.

이날 인씨를 방문한 이들은 제약사 한국MSD의 직원들. 마포구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식품 후원 단체 '마포희망나눔푸드마켓'을 통해 독거노인 등에 매월 한 차례씩 식료품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한국MSD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찾아가 돕는 '러브 인 액션'이라는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어 주고 보육원의 아이들을 돌봐 주는 일 등이 러브 인 액션의 주요 활동이다.

이날 인씨와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된 한국MSD의 영업 담당 이대기, 임보은씨는 마포희망나눔푸드마켓에서 받은 쌀과 달걀, 부침가루 등을 들고 신수동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인씨가 청력이 좋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인지 인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 직원을 금세 알아보고 반가워 했다.

인씨는 열여섯 살 때 아이를 못 낳는 이모에게 보내져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왔다. 이후 결혼하면서 남편이 살던 경기 포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북에 남아 있는 부모, 형제의 소식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남편과는 젊어서 이혼한 탓에 하나 있는 딸과도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라고 해 봐야 사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마포종합노인복지관에서 제공되는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 또래 노인들과 말을 섞는 정도다.

따라서 그런 인씨에게 이날 마포희망나눔푸드마켓의 물품을 들고 찾아온 젊은 봉사자들과의 만남은 자연히 단순한 식료품 제공 이상의 의미다. 봉사자들이 집에 들어섰을 때 오한이 느껴진다며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던 인씨는 30분쯤 지나자 아픔을 잊은 듯 젊은 시절의 사진까지 꺼내 들고 대화를 이어 갔다. 방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는 허름하고 좁은 공간이지만 인씨의 집안은 어느새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건 서른 일곱 살에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고, 이건 스물 일곱 살 때 창경원에서 찍은 거야. 여기서 나 찾으라면 찾을 수 있겠어?"

"할머니, 그때도 지금도 고우세요. 사진 보면 금방 할머니 찾을 수 있겠는데요?"

"예전에는 결혼하자는 사람도 참 많았는데…."

이날 봉사에 나선 한국MSD 직원 8명이 마포구 신수동과 성산동, 대흥동 일대에서 돌아야 할 가정은 총 여섯 곳이었다. 절반씩 조를 지어 각각 세 가정씩 방문했다. 인씨를 만난 이대기, 임보은씨 등이 속한 조도 다음 가정 방문 일정을 위해 1시간여의 대화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시점이 왔다.

"내가 계속 살아 있어야 또 이렇게 건강하게 얘기도 하고 할 텐데…. 다음에 왔을 때 내가 없거든 그 할머니 그렇게 갔구나 하고 알아."

"다음에는 쌀도 더 많이 가져 오고 할머니 사진 넣을 액자도 사올 거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인씨는 봉사자들이 골목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대문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는 "고맙고 반갑고 고맙다"며 "다음에 올 때까지 꼭 살아 있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인씨의 집에서 빠져 나온 봉사자들은 정신지체 장애 자녀를 홀로 키우는 노인의 집 등 두 가정을 더 방문한 뒤 일정을 마쳤다.

임보은씨는 "말이 자원봉사지 사실은 이런 활동으로 내가 가져 가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숫자 관련 업무가 많은 영업직 특성상 삶이 무미건조할 수 있는데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직장생활의 활력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대기씨는 "때로는 내가 하는 일이 희망고문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대화 상대가 돼 드리고 떠나면 다시 한 달을 홀로 보내시는 게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는 이씨는 "다음에는 보육원 봉사에도 참여하고 싶어 풍선아트 자격증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한국MSD 사회공헌활동

미국 제약사 머크의 한국법인 한국MSD는 1994년 설립 이후 의학 연구 지원, 의약품 제공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서 벗어나 임직원의 직접적인 봉사활동을 독려하는 차원으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제약업체의 특성을 살려 의대생과 전공의가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격려하는 '청년 슈바이처 프로그램'은 2001년 시작해 이달 말로 10주년을 맞는다. 미래 한국 의료계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윤리적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사,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길을 돕고자 마련했다. 연구활동 부문과 사회활동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며 총 3,000만원의 장학금이 걸려 있다.

2008년부터는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와 함께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 무료접종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ㆍ경기 지역아동센터와 보육원에 거주하는 여자 어린이 1,000명에게 접종 지원하는 게 목표다. 가다실은 총 3회 접종이 필요한 백신이기 때문에 대상자 1명당 3회 접종까지 무료로 지원할 계획이다.

임직원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는 '러브 인 액션'이 대표적이다. '주변 이웃, 지역사회에의 기여'라는 머크 본사의 방침을 살린 활동으로 사회공헌팀의 체계적인 지원 아래 연중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각 부서에서 자원한 15명의 리더를 중심으로 '러브 인 액션 데이'로 정해진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독거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4월에는 제약회사의 특징을 살려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활용, 마포 서부 시립 노인요양원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두피 마사지 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브 인 액션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활동 내용을 추가했다. 예컨대 지난해 10월에는 '경복궁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펼쳤다. 전통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문화 체험 기회가 적은 소외계층에게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한국MSD 임직원은 경복궁 내 태원전 보수 작업과 창호지 교체, 주변 잡초 제거 등 문화재 가꾸기 활동을 벌였다. 경복궁에 친환경 청소차량을 기증하기도 했다. 또 마포지역 독거 노인을 경복궁으로 초청,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과 한 가족을 이뤄 경복궁을 관람하는 행사를 함께 마련했다.

특히 한국MSD는 직원의 자원봉사 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연 20시간에 한해 직원들이 평일 근무시간에도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배려하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의 구호 활동을 위해 의료 기술이 있는 직원들은 유급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지원하기도 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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