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 오픈 사흘째인 23일(한국시간). 제18번 야외코트에서 존 이스너(25ㆍ미국ㆍ랭킹19위)와 니콜라 마위(28ㆍ프랑스ㆍ148위)가 전날에 이어 다시 만났다.
전날 세트스코어 2-2(6-4 3-6 6-7 7-6)에서 날이 어두워져 경기를 일시 중단해 5세트가 이날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스너는 미국의 '비밀병기'로 촉망 받는 신예. 206cm에 달하는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알서브가 일품이다. 마위와는 2008년에 1차례 대결해 패한 바 있다.
금방 끝날 것 같은 경기는 어느덧 7시간이나 흘렀고 전광판에는 게임스코어 59-59가 찍혔다. 숫제 테니스 점수가 아니라 농구 스코어같은 마라톤 승부를 펼쳤으나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메이저대회 5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듀스일 경우 7포인트를 먼저 따내는 선수가 승리하는 규정)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두 게임을 앞서야 경기가 끝난다.
5세트 경기시간만 7시간6분. 웬만한 경기 풀세트 접전을 치르고도 남을 시간이다. 2004년 프랑스오픈에서 나온 종전 한 경기 최장시간(6시간33분)을 30분 이상 '가볍게' 뛰어넘었다.
오후 9시10분이 되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18번 야외코트는 조명시설이 없어 해가 지면 경기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 이때 마위가 심판에게 다가가 경기를 내일로 미루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스너는 조명시설이 완비된 센터코트로 옮겨 승부를 가리자고 했다. 심판은 결국 마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경기를 다음날로 미뤘다. 심판은 24일 오후 3시30분 이전에 경기를 속행한다고 밝혔다. 테니스 사상 첫 사흘째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날까지 이스너는 서브에이스 98개를 상대코트에 꽂았고 마위 역시 95개를 터뜨렸다. 이 부문에서도 종전 기록, 78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미 10시간을 훌쩍 넘긴 총 경기시간과 게임수(163)도 이들이 쓰고 있는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다. 이전까지 단일경기 최장게임은 1969년 윔블던에서 나온 112게임. 특히 5세트 최장게임은 2003년 호주오픈에서 나온 21-19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마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관중들은 지금 판타스틱한 경기를 즐기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이스너도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와 나의 서브는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흘째 경기에서도 과연 어떤 기록이 쏟아질지 알 수 없는 일. 테니스의 새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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