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명수 칼럼] 6ㆍ25, 끝나지 않은 전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명수 칼럼] 6ㆍ25, 끝나지 않은 전쟁

입력
2010.06.24 12:35
0 0

오늘 우리는 6ㆍ25 전쟁 60주년을 맞았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상처 위로 60년이라는 긴 세월이 덮였다. 이제 6ㆍ25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노년층으로 물러나 있다.

6ㆍ25를 직접 겪은 세대가 흘러가야 '객관적으로' 6ㆍ25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인식을 하는 세대가 흘러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객관적인 인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진실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무지와 혼돈 속에서 객관적인 인식이 성장할 수는 없다.

유엔묘지 44년 만에 대통령 참배

3년 전 두 개의 6ㆍ25 관련 의식조사 결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 받은 적이 있다. 월간중앙이 초등학교 3~6학년생 3,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ㆍ25가 어느 시대에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현대'라고 답한 학생은 46.2%에 불과했고 '조선시대' 38.8%, '고려시대' 7.4%, '삼국시대' 5.5%등의 답이 나왔었다. "누가 어떻게 일으킨 전쟁이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남한을 침공' 72.1%, '일본이 한국을 침공' 21.5%, '남한이 북한을 침공' 2.3% 등으로 대답했다.

또 한국갤럽이 전후 세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ㆍ25가 일어난 해'를 알고 있는 사람은 20대의 46.8%, 30대의 62.9%, 40대의 75.5%였다. '6ㆍ25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의 불법 남침' 52.3%, '미국 소련의 대리전쟁' 44.5%, '민족해방 전쟁' 7%등의 답이 나왔다. "6ㆍ25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분단이 고착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는 질문에는 '남북한 모두' 33.2%, '북한' 33%, '한반도 주변국가' 18.2% 등으로 대답했다.

전후세대에게 6ㆍ25는 점점 더 잊혀지고 왜곡돼 가고 있다.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6ㆍ25 60주년을 맞으면서 국가나 사회가 이 비극적인 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부산에 있는 유엔군 6ㆍ25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는데, 박정희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 44년만의 참배라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웠다. 진보정권 10년은 햇볕정책 때문이었다 치고 보수정권의 대통령들은 왜 그곳에 가지 않았을까. 6ㆍ25 유엔군 전사자는 미군 3만3,600 여명, 15개국에서 3,200여명에 이른다. 그들이 모두 부산에 잠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국 땅에 와서 싸웠던 유엔군의 희생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다.

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6ㆍ25전쟁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 및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인데, 전쟁 발발 60년 만에 처음 나오는 감사 결의라니 낯이 뜨겁다. 정부는 또 국내 참전 용사 23만 명과 외국 참전 용사 5만 명에게 대통령 명의의 감사 편지를 보냈다는데, 이들 중 과연 몇 퍼센트가 건강한 상태에서 편지를 읽었을지 모르겠다.

끝나지 않았는데 잊혀지는 전쟁

6ㆍ25를 되돌아보게 하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은 북한의 천안함 군사도발에 대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 결의안이 뒤늦게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EU 의회에서는 벌써 규탄 결의안이 나왔는데, 우리 국회는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그것도 날치기 통과 시비 속에서 겨우 통과됐다. 북한의 공격으로 우리 해군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회 대응이 이 지경이라면 6ㆍ25 전쟁은 북한에서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남한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잊혀져 가는 전쟁 6ㆍ25….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면 그 역사를 반복하는 벌을 받게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우리에게 꼭 맞는 말이다. 우리는 벌써 그 벌을 받고 있다.

장명수 본사 고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