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12월초 내놓았던 2010년 경제정책방향은 '당분간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ㆍ고용 상황을 봐가며 거시정책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비교했을 때 정부가 24일 내놓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미묘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변화가 있다. '당분간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라는 표현 대신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6개월 새 무게중심이 '확장 기조'에서 '점진적 정상화'로 옮겨간 것이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하반기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변화는 성장률 전망을 대폭 상향한 데서도 확인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 전망보다 0.8%포인트나 높여 잡은 것. 5% 중반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를 뛰어 넘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5.8%는 목표가 아니라 전망"이라며 "성장률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 6%대 진입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정부가 한국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동력, 즉 잠재성장여력을 회복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각종 경제정책을 위기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가장 관심이 높은 금리 인상 시기는 8, 9월 무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장관은 "1, 2분기 성장률이 가장 먼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7월에 2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뒤, 8월쯤에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정부가 "대내외 불확실성과 함께 물가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재정집행 방식은 '조기 집행'(상반기)에서 '균등 집행'(하반기)으로 전환된다. 적극적으로 돈을 풀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젠 재정 건전성 확보에 좀 더 신경을 쏟겠다는 것. 상반기에 163조원이 집행된 반면 하반기에는 108조원을 분기별로 균등하게 투입하겠다는 것이어서, 재정의 경기부양효과가 약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이날 한국은행이 3분기 총액한도대출(중소기업 지원실적에 연계해 낮은 금리로 시중은행에 배정해주는 자금) 한도를 1조5,000억원 줄이기로 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대책들도 기한 만료와 함께 대부분 종료된다. 당장 7월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자동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되고, 보증비율 역시 현행 90%에서 위기 이전 수준(50~85%)으로 되돌아간다. 공공 일자리 사업인 희망근로프로젝트 역시 남은 재원이 소진되는 8월 정도까지만 시행이 된다. 단,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만 연말까지 6개월 연장한다.
정부가 한 가지 우려하는 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온도 차이다. 특히 올해 30만개 가량 일자리가 창출된다지만, 작년에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걸 감안하면 여전히 정상 수준보다 일자리가 30만~40만개 가량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고용 창출, 물가 관리, 서민 복지 등 친서민 정책에 상당 부분 공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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