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야 6ㆍ25 아니면 월드컵이다. KBS는 6ㆍ25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특집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고, 스포츠 채널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SBS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들로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다양성이 실종된 6월 방송가의 현주소다.
KBS는 지난 6일부터 총 10부작으로 기획된 'KBS 특별기획 한국전쟁'을 방송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 6ㆍ25전쟁 40주년을 맞아 방송한 '다큐멘터리 한국전쟁'에 기초해 새로운 연구자료, 참전용사들의 증언, 한국전쟁 관련 러시아 문건 등을 보강해 제작했다.
KBS1 TV에서는 이 밖에도 UN 참전국들에 대한 감사와 우정을 전하는 '우리는 기억합니다', 종군기자의 기록을 통해 6ㆍ25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돌아보는 '끝나지 않은 종군일기' 등의 다큐멘터리와 '나라사랑 음악회' 등 6.25 특집 프로그램들을 집중 편성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는 특별기획 드라마 '전우'가 방송되고 있고, 21일 '낭독의 발견'은 6ㆍ25 특집으로 진행됐다. KBS2 TV도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제작한 '유엔군 묘지의 마지막 증언'과 'DMZ 155마일에 멈춰진 시간들' 등을 방송한다.
6ㆍ25전쟁 6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지나치면 잔소리가 된다. KBS가 장르를 불문하고 6ㆍ25 특집 프로그램을 무더기로 편성한 것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전쟁의 폐해를 고발하고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보다, 그렇지 않아도 천안함 사태로 남북 관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호국과 안보라는 이데올로기적 가치가 강조돼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BS는 지난달 중순부터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월드컵 체제로 돌입했다. 5월 12일에는 메인 뉴스를 비롯해 7개 프로그램을 월드컵 D-30 특집으로 준비했다. 월드컵 특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신규 편성하고 드림콘서트도 월드컵 특집으로 꾸몄다. '강심장' '스타킹'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도 연이어 월드컵 특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편성됐으며, 심지어 '생활의 달인'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도 월드컵을 소재로 다뤘다. 10여 편의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송됐고, 특집 애니메이션까지 등장했다.
지난 11일 월드컵 개막 이후에는 경기 중계방송을 하면서 아침 드라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있다. 월드컵 뉴스 비중을 높인 메인 뉴스인 8시 뉴스도 한 시간 앞당겨 편성, 사실상 오후 7시 이후 SBS의 모든 프로그램은 월드컵 경기와 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SBS는 남아공월드컵 단독 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월드컵 채널'이라는 이미지는 확실히 심어줄 수 있겠지만, SBS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던 시청자들에게는 달가운 일일 리 없다. 한 시청자는 "시청자는 무시하고 광고수익에만 눈이 먼 SBS에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