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한국시간) 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 한국-나이지리아전이 열린 더반 스타디움. 2-2 무승부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이 결정된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선수가 있다.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은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톰 톰스크)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진공청소기'란 별명을 얻으며 한국을 4강에 올려 놓았던 김남일은 2006년 독일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허정무호'에 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김남일은 평생 기억하기도 싫은 실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김남일은 2-1로 앞선 후반 2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나이지리아의 치네두 오크부케 오바시(호펜하임)의 발을 걷어차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16강의 운명이 달린 경기에서 그야말로 최악의 실수였다.
김남일은 후반 19분 수비 강화를 위해 염기훈(수원) 대신 투입됐다. 그러나 베테랑답지 않은 실수로 인해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처했다. 경기가 2-2로 마무리 되는 바람에 김남일은 '죄인'이 되지 않았다.
김남일은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울 뻔했다"면서 "솔직히 나의 판단 실수였다. 안정적으로 볼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반칙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일본 J리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 빨리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만 간절했다"고 탄식했다.
나이지리아전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김남일은 박주영(AS모나코)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넣었던 박주영에게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냈다.
김남일은 "(박)주영이가 "형 괜찮아요. 16강 올라갔잖아요"라고 해준 말이 큰 위로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선배로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다독거려야 하는데 오히려 후배들의 위로를 받는 처지가 됐다"고 자책했다.
더반(남아공)=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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