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23인의 태극전사들이 위업을 이룬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다.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아르헨티나전 참패(1-4) 후유증을 빨리 극복해 준비를 잘 했고,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전통적으로 한국 대표팀이 위기상황에서 응집력을 잘 발휘했고,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일궈낸 결과다.
공격적인 측면은 칭찬할 만했다.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이 신장 등 체격조건이 좋지만 민첩하지 못했는데, 이를 박주영 염기훈 박지성 이청용이 자리를 계속 바꾸는 등 스위치를 통해 공간을 잘 활용했다. 특히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터트린 2골 모두 세트 플레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기성용 등 '전담 키커'들이 만점 활약을 펼쳤다.
구체적으로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앞서 말했듯 공격은 잘 이뤄진 데 반해, 수비가 다소 취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90분 내내 압박을 가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경기 흐름을 따져 압박을 가할 때와 수비에 치중해야 할 때의 전술을 적절하게 운영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측면 돌파에 의한 상대 공격에 쉽게 찬스를 내줬다. 나이지리아에게 허용한 2골 모두 측면을 돌파 당해 내준 실점이었다. 측면 돌파를 완벽히 봉쇄할 수는 없지만, 좌우 측면이 열렸을 때 수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더 해야 한다. 상대에게 오버래핑 등을 허용했을 경우, 크로스가 올라오는 중앙에서 상대의 득점 위치를 선점해 볼을 차단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
이제는 우루과이다. 대표팀 코치로 있던 2002년 2월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가졌는데, 1-2로 패한 기억이 있다. 디에고 포를란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많다.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넣은 데 반해 한 골도 실점하지 않는 등 만만한 상대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표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 찬스는 분명 올 것이다. 16강을 넘어 8강, 4강을 기대해본다.
한국일보 해설위원·전남 드래곤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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