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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꿈을 이뤘다 8강! 꿈이 커간다

입력
2010.06.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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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이 56 년 만에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더반 쾌거'로 명장 반열에 오른 허정무 감독도 2007년 12월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됐을 당시 그를 향한 시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은 외국인 감독에게 맡기는 게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 선진 축구 도입의 명분으로 유럽의 명장들을 모셔오면서도 한국 지도자들에겐 결격 사유부터 찾아냈던 게 한국 축구였다.

허 감독의 발탁 당시 축구계에선 핌 베어벡 감독 후임으로 외국인 지도자를 물색하다 마땅한 인물이 없어 임시변통으로 내세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더구나 허 감독은 대표팀 감독(1998~2000년)으로 한 차례의 실패를 경험한 지도자였다. 부임 초기엔 답답한 경기 운영으로 '허무 축구'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56년 만의 원정 첫 16강 진출의 새 역사는 선수들에게 마음을 열고, 뚝심으로 밀어붙인 허정무 감독의 손에 의해 쓰여졌다. 그의 '유쾌한 리더십'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허 감독은 또 한국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16강에 진출, 한국인 감독 시대를 열었다.

허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23일 오전(한국시간)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정수와 박주영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2-2로 비기며 1승1무1패(승점 4)로 조 2위에 올라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다음 상대는 26일 밤 11시 16강전에서 맞붙는 A조 1위 우루과이다. 숱한 풍파를 겪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정진한 허 감독과 한국 축구의 돌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독기를 버리고 마음을 열었다

허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근성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진돗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에도 이런 이미지는 바뀌지 않았다. 2000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당시에도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 축구 지휘봉을 다시 잡은 허 감독은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자율'을 최대한 존중했다. 허 감독이 만들어낸 경쾌한 팀 분위기는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중압감을 떨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눈썰미는 여전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인 박지성(맨유)과 이영표(알힐랄)의 등용문은 허 감독이 열어줬다. 이들은 98년 허 감독이 지휘하던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연습생으로 발탁되며 진흙 속에서 벗어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허 감독은 부드러워졌지만 선수를 보는 안목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16강의 주역인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이정수(가시마), 조용형(제주), 정성룡(성남) 등은 모두 허 감독이 A매치에 데뷔시킨 선수들이다.

굽힘 없는 소신

16강에 진출하기까지 허정무호의 여정은 '변화와 실험'으로 요약된다.

허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비판 받으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2월 31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온 중국에게 완패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어 올랐으나 허 감독은 "월드컵 본선까지는 소신을 꺾지 않겠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지만 현재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허 감독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쾌거를 일궈내며 2년7개월간 쏟아진 의혹의 시선들을 완전히 떨쳐냈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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