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10 남아공 월드컵/ 새벽 뒤흔든 응원 함성… " 해냈다 16강" 열광의 도가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새벽 뒤흔든 응원 함성… " 해냈다 16강" 열광의 도가니

입력
2010.06.23 13:36
0 0

"12번째 태극전사들 들리나요~""소리 질러. 오~ 필승 코레아!"

나이지리아와 3차전이 열리기 1시30분 전인 23일 오전 2시 서울 여의도 너른들판. 평상시 같으면 곤한 잠에 빠져 있을 시각에 붉은악마 머리띠에 야광봉을 든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와~'하는 함성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있어났다.

2002 한일월드컵 때 거리응원전의 주역이었던 윤도현 밴다(YB)가 무대에 나타난 것. 3만8,000㎡의 잔디마당은 순간 날아갈 듯 들썩거렸다. '담배가게 아가씨' '아리랑' '난 멋있어'등 폭발적인 열창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솟구치며 연두색 막대풍선을 흔드는 장관을 연출했다.

수 차례 앵콜 요청이 이어졌고, 마침내 '오~ 필승 코레아'를 부르자 10만 명의 응원단이 거짓말처럼 하나가 되는 극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대표팀 경기 중엔 탄식과 환호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전반 12분 선제골을 내주자 여의도 너른들판 곳곳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내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는 희망의 구호가 이어졌다. 전반 38분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정수가 동점을 만들자 모두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치며 서로 뒤엉켜 안았다.

나이지리아의 국호를 패러디 한 '너희 지리라'라는 문구를 새겨 든 청소년을 비롯해 붉은악마 머리띠에 보디페인팅, 야광봉, 북과 나팔 등 다양한 응원 아이템으로 무장한 시민 응원단은 나이, 직업, 계층에 관계없이 밤은 잊은 채 함께 어우러졌다.

전날 밤 10시부터 경기가 끝난 23일 오전 5시30분까지 장장 7시간30분 동안 시민들은 한 여름밤의 거대한 축제 마당을 벌였다. 새벽 5시22분께 여명이 밝아오는 가운데 경기 종료 휘슬이 올리자 시민 붉은악마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첫 원정 16강 진출의 감격을 만끽했다.

이날 '한국일보와 함께하는 여의도 All Night 거리응원 한마당, again 2002'을 통해 시원한 한강변이 거리응원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를 굳혔다. 서울시가 24일 비공식 집계한 나이지리아전 거리응원 집결 인원을 보면 서울광장 등 도심 한복판 보다 여의도 너른들판(한국일보ㆍ서울시 주관), 한강반포지구 등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응원전에 시민들이 훨씬 많이 몰렸다.

여의도 너른들판(여의도 순복음교회 앞)과 반포지구(플로팅아일랜드 앞)에는 각각 10만 명, 13만 명이 모여 이날 서울 전체 거리응원(40만명)의 절반을 훌쩍 뛰어 넘었다. 반면 거리응원의 상징적 장소였던 서울광장은 8만명, 올해 새로 만들어진 코엑스 앞 영동대로는 7만5,000명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시들했다.

이날 시민들은 도심을 벗어난 한강변에서 산책과 캠핑을 겸한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올해 미스 서울에 뽑힌 9명의 예비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월드컵 군무를 펼치자 장내는 환호성이 넘쳤다. 미녀들이 생수를 나눠주자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함께 기념촬영을 소란이 벌어졌다.

밤샘 응원을 하려고 친구들과 여의도 너른들판에 왔다는 송현지(19ㆍ영등포구 신길동)씨는 "아르헨티나 전에서 자책골을 넣었던 박주영 선수가 꼭 만회하길 바랐는데 멋진 프리킥으로 그간의 부담을 씻어낸 것 같아 더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석진(28)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시험도 빼먹고 열심히 응원했는데 4강 신화를 일궈냈다"며 "이번 대회도 느낌이 아주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날 서울광장과 코엑스 앞 영동대로, 월드컵 경기장 등 주요 응원 장소는 붉은악마들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이날 전국적으로 50만1,800명(경찰 추산)이 거리응원에 나섰다.

여의도에서 은행에 근무하는 이영동(34)씨는 "16강의 명운이 달렸던 만큼 직장 동료들과 회식 후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며 "근처 사우나에서 씻고 바로 출근했지만 기분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2번째 태극전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제는 8강!"을 외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상당수 회사들이 밤샘응원에 나선 사원들에게 오후에 출근하도록 배려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