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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들 흐느낌 한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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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들 흐느낌 한번 없었다

입력
2010.06.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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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다세대 주택가 골목. 경찰 호송차량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하나 둘씩 내렸다. 또래 친구를 살해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훼손한 뒤 한강에 버린 '무서운 10대'들이었다.

몸집이 산만한 주범격의 정모(15)군만 빼고는 최모(15)양 등 가담한 소녀 3명은 가냘픈 몸에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이들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을까 싶었다. 경찰은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이들에게 흰색 마스크를 씌웠다. 저마다 검은색 모자를 꾹 눌러 쓰거나 티셔츠에 달린 후드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행동을 뉘우친 때문인지 주위를 의식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범행 현장인 최모(15)양의 집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에서 "친구에게 미안하지 않냐"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 이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현장 검증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이라며 혀를 찼다. 이웃에 산다는 40대 주부 김모씨는 "평소에도 골목길 계단에서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모여 담배 피고 술도 마시고 했다"며 "어느 날 저녁에는 담배를 사다 달라고 해 어이가 없었지만 무서워서 나무랄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1시간30분 가량 A(15)양을 감금해 무차별 폭행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등의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들은 서로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며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막상 현장 검증을 할 때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 마련인데 이들은 친구를 죽인 뒤 염을 하고 절하는 장면까지 자연스럽게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정모(15)군 등 3명은 시신을 버린 한강 양화대교 북단 100m 지점으로 이동, 담요에 싸인 마네킹 인형을 다리 아래로 던지는 시신유기 상황을 재연한 뒤 다시 호송차에 올랐다.

전혀 특별할 것도 없이 단지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앗아간 이들의 엽기 행각 재연은 이렇게 끝났다. 죄의식이나,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이들 청소년들은 현장검증 3시간 동안 흐느낌 한번 없었다고 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구타와 시신 유기를 주도한 정군과 최양 등 4명을 구속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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