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즈릴 이르함을 사랑합니다… 알라의 은총이 있기를."
지난달 '섹스 비디오' 유출로 인도네시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톱가수 나즈릴 이르함(28)이 경찰에 연행된 22일, 여자친구 루나 마야(26)는 즉각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려 석방을 촉구했다. 영화배우이자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마야는 유출된 동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영상 세편 중 두 편에는 마야가, 다른 한 편에는 이르함의 전 여자친구인 쿠트 타리(32)라는 TV 쇼 진행자가 등장한다. 동영상은 이르함이 리더를 맡고 있는 그룹 '피터팬'의 이름에서 딴 '피터포른'이라는 이름이 붙어 돌고 있는데, 모두 톱스타 급이어서 수 백만명이 다운받는 등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23일 인도네시아 영자신문인 자카르타 글로브에 따르면 전날 마야가 글을 올린 저녁부터 이르함을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글들이 트위터 등 인터넷에 폭주하고 있다. 한달 간 인도네시아를 뜨겁게 달궜던 섹스 스캔들이 이르함의 처벌 문제로 옮아가면서 '(동영상을 찍는)개인의 자유를 처벌할 수 있느냐'가 새 논쟁거리가 된 것이다.
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는 2008년 국회에서 '반 포르노 법안'을 통과시켜 사진, 동영상, 공연 등 문화 예술 전 영역에 걸쳐 외설적 메시지를 담은 것을 생산하거나 전파할 경우 단속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의 첫번째 처벌사례가 될 이르함은 최고 12년의 징역 또는 60억루피아(약 7억8,6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경찰은 이르함이 동영상을 직접 유출시키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으나 "동영상을 찍은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함께 동영상에 나온 여성들은 피해자 신분으로 분류돼 처벌은 면하게 됐다.
젊은 층은 너무 심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섹스 동영상은 이르함이 지난해 도난당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것이라 이르함 역시 피해자라는 것이다. 경찰은 아직 최초 유포자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그런 동영상을 찍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 성직자들의 모임인 울레마협의회(MUI)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이대로 넘어가면 사회가 점점 더 문란해질 것"이라며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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