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인사들을 비난한 스탠리 맥크리스털 미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의 발언으로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언론들은 군 통수권자 비난은 '하극상'일 수 있다며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경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형편없는 판단"이라고 강력 비난한 뒤 "직접 해명을 들은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사령관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모든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22일 워싱턴에 전격 소환된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23일 열리는 아프간ㆍ파키스탄 전황 월례회의에 참석한 뒤 오바마 대통령과 독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구두로 이미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경질된 데이비드 매키어넌 사령관 후임인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1년여만에 또 다시 불명예 퇴진할 경우 가뜩이나 전황이 불투명한 아프간전 수행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이달 말 탈레반 근거지 칸다하르에 대한 대공세를 준비중이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사령관 교체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를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략 실패에 따른 것으로 규정,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에 또 다른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발언 내용 어떤 것이었나
문제의 발언은 격주간지 '롤링 스톤' 최신호에 실렸다. '통제불능의 장군(The Runaway General)'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측근을 인용,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대통령이 현안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기사를 쓴 마이클 헤이스팅스는 "맥크리스털이 새 통수권자와 시작부터 주파수를 맞추는데 실패했다"고 적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칼 아이켄베리 미 아프간 대사, 리처드 홀브루크 파키스탄ㆍ아프간 특사에 대한 비난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지난해 바이든의 아프간 전략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던 맥크리스털은 강연에서 부통령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그 사람이 누구지"라며 질문을 피해 갈 생각이 있었다고 잡지는 전했다.
4성 장군 출신 존스 보좌관은 "광대"로, 홀브루크는 "언제 잘릴 지 몰라 초조해 하는 상처입은 동물"로 묘사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출장 중에는 "홀브루크의 이메일은 열어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아이켄베리 대사와의 관계는 앙숙처럼 묘사돼 있다. 1월 아이켄베리의 기밀전문이 뉴욕타임스에 유출된 데 대해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전략 실패시 책임회피용 '명분'차원이었다고 비난했다. 아이켄베리의 전문은 맥크리스털의 전략을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오바마, 경질 카드 선택할까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분노했으나 아프간 대공세를 목전에 둔 민감한 시기에 전쟁 중인 사령관의 경질은 쉽지 않는 결정이라는 시각도 많다. 우선 행정부와 군 난맥상의 공개적 표출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연합군에 대한 미군의 지도력도 문제될 수 있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아프간 정부 및 현지 주민들과 맺어온 '끈끈한 유대'도 고려해야 한다. 맥크리스털은 솔직한 업무 스타일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신뢰를 얻고 있다. 카르자이는 이날 그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맥크리스털 경질로 아프간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으로 기강 이나 '팀웍'을 위해서 파문 봉합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미묘한 발언, 어떻게 잡지에 공개됐나
헤이스팅스는 4월 전유럽을 항공대란으로 몰고 간 화산재 파동 때 맥크리스털의 발언을 접했다. 당시 파리에 머물던 헤이스팅스와 맥크리스털은 항공편이 취소되자 버스로 독일 베를린까지 동승했다.
헤이스팅스는 일주일 가량 맥크리스털과 베를린의 같은 호텔에 머물면서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에 대한 그의 '불편한 생각'을 가감없이 전해들었고 예정에 없던 아프간까지의 동행을 허락받아 맥크리스털과 아프간에서 한달 가량 더 같이 생활했다.
에릭 베이츠 잡지 편집장은 "인터뷰는 물론, 헤이스팅스와 사령관의 '교류'는 대부분 보도를 전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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