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수1위 등극을 노렸던 기아차가 스스로 왕관을 걷어 차버렸다. 노사문제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5일부터 주말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 3,000대 가량 가능한 추가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차를 사겠다며 계약을 서두르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차를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돼 인기를 모으고 있는 K5는 22일까지 계약대수가 1만2,000여대를 넘어서 단숨에 중형차 1위에 오늘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출시 때부터 밀린 미출고 대기 물량이 1만6,000대나 돼 계약 후 차 인도까지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포티지R도 마찬가지. 출고를 기다리는 대기 물량이 5,500여대로 역시 계약 후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이마저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다음달 1일 전임자 급여지급을 제한하는 새 노동법 시행에 반발, 24,25일에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현재 노조 전임자가 181명인 기아차는 개정 노동법에 따라 그 수를 18명으로 줄여야 하지만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올해도 파업을 할 경우, 기아차는 1991년 이후 20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창사 이래 맞은 최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도실리를 표방하는 기아노동자연대는 최근 "3만4,000명을 앞세워 금속노조의 선봉대 역할을 하는 노조는 대리전에 불과한 투쟁방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현 집행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기아차는 지난달 승용차와 SUV 내수 판매에서 3만5,500대를 팔아, 3만3,559대의 현대차를 앞섰다. 차종별도 준대형급에서 기아차 K7(3,269대)이 현대차 그랜저(2,358대)를 압도했으며 SUV에서도 쏘렌토R(3,234대)과 스포티지R(4,859대)이 각각 현대차 싼타페(2,713대), 투싼ix(3,719대)의 판매를 넘어섰다. 상용차를 포함할 경우에도 기아차는 4만14대로 현대차(4만9,228대)를 바싹 추격했으나, 결국 6월 들어 노사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체 내수 시장 1위 문턱에서 주저앉는 형국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아차의 최근 호성적은 현대차와 엔진 등 주요 부품을 공유하고 사장 재직시 과감하게 디자인 혁신에 힘을 쏟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어렵게 얻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찬다면 한 순간에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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