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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e스포츠와 저작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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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e스포츠와 저작권 분쟁

입력
2010.06.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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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 축구가 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루었다. 새벽잠을 설친 많은 국민들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동이 튼 줄 알았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는 동트기 전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삶도 이처럼 어둠을 넘어 새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성인 남자 서넛이 모이면 주로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를 한데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단연 군대에서 하는 축구 이야기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축구경기 관람과 응원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노소를 불문하고 선수기용과 교체 타임을 말할 정도로 온 국민이 축구 전문가가 된 듯하다. 축구나 야구는 이미 보는 경기로 진화한 지 오래다.

경기 중계방송권 갈등

서울 용산에 있는 스타크래프트 전용경기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관중의 상당수가 여성 팬이고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지시를 따르는 모습은 흡사 프로야구 경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 적잖이 놀랐다. e스포츠도 축구나 골프처럼 '플레이어 위주의 경기'에서 '보는 경기'로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면 아래 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저작권자인 블리자드사와 12개 프로구단을 회원으로 거느린 e스포츠협회의 중계 방송권을 둘러싼 저작권 갈등이 드디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블리자드사는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기를 허락없이 중계 방송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e스포츠협회는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중계방송권이 협회에 있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온라인 게임은 저작권으로 보호된다는 점에서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이를테면 월드컵 축구 경기를 중계 방송하려면 축구 경기를 처음 만든 사람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저작물로 보호되는 재산권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따라서 그 게임 저작물을 이용하여 중계 방송을 하고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하여 블리자드사의 몫이 일부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e스포츠 경기의 중계방송으로 인한 수익 중 일부는 게임 저작권자 외에도 선수들과 구단, 게임전문 방송사, 관중 등 여러 역할자의 기여에서 비롯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블리자드사의 약관을 불공정 약관으로 인정하고 시정 조치를 내린 것은 의미가 크다. 온라인 게임의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게임 저작권자라는 이유로 독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지인데, 온라인 게임의 저작권과 별도로 이를 활용한 결과물은 이용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월드컵 축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상응하는 국제e스포츠연맹(IeSF) 본부가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세계에서 온라인 게임 경기 장면을 케이블 TV로 방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심지어 우리의 e스포츠 경기 방송을 외국어로 더빙하여 중계하는 인터넷방송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e스포츠 경기와 그 중계방송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관련 법률안 처리 지연

e스포츠 경기의 방송 사용에 따른 저작권 문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향후 국제적인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선도하고 있고 나아가 정부가 이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고자 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이 유례없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점에서 지난 몇 년째 e스포츠게임과 관련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는 것은 아쉽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e스포츠 경기 중계방송의 저작권 문제가 잘 마무리되어 우리나라의 e스포츠 산업이 발전하고 나아가 IeSF가 FIFA와 같은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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