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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이효리 위기 아닌 작곡가들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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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이효리 위기 아닌 작곡가들의 위기

입력
2010.06.2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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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곡을 받는 가수에 한정한다면, 앞으로 가요계의 표절은 사라질 수도 있다. 이효리에 관한 표절 사건을 보면 이제 표절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작곡가 바누스는 이효리에게 외국 곡을 번안 수준으로 도용한 곡들을 팔았고, 그 중 'Bring it back', '그네' 등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곡들은 그리스나 캐나다 등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곡이다. 크게 안 비싼 가격에 대중성 있는 곡을 살 수 있다면, 왜 표절을 하겠는가.

이효리의 표절사건은 그의 위기보다는 국내 작곡가들의 위기다. 이효리는 법에 따라 원곡자에게 모든 금전적 배상을 하면 그만이다. 작곡가의 곡을 자신에게 맞게 수정조차 안하고 발표한 뒤, 자신을 '프로듀서'라 강조한 뻔뻔함을 부끄러워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반면 작곡가는 이제 표절을 해도 먹고 살기 어렵다. 과거 표절 작곡가들은 원곡을 조금씩 수정했다.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원곡을 한국의 감성과 트렌드에 맞게 바꿔야 히트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업체와 같았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전세계의 음악 트렌드는 동시간대로 변한다.

비욘세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곡이 곧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f(x)의 'Nu ABO'를 외국에서 구입, 몇 부분을 한국적으로 바꿔 발표해 히트시키기도 했다. 표절하면 인터넷에서 발각되기에 제작자들은 해외에서 곡을 산다. 작곡가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음악 16강'이라 해도 좋을 유럽, 미국, 일본 등에도 곡을 팔 수 있을 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폰은 순식간에 국내 휴대폰 시장의 질서를 재편했다. 그건 아이폰의 위력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에 전혀 대처하지 않았던 국내 업체들의 탓도 크다. 그리고, 아이폰에서 재생되는 해외음악은 음악 산업을 근본적인 부분부터 뒤흔들고 있다. 이런 변화에 국내 음악인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그 답이 더 알려지지 않은 해외 곡의 도용은 아닐 것이다. 음악인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순간이 닥쳐왔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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