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신작 '스플라이스'의 7월1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20일 서울을 찾았다. 정방형 방으로 구성된 미로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내용의 데뷔작 '큐브'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주로 공상과학 소재를 스크린에 옮겨왔다. '스플라이스'도 부부 과학자가 동물과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 새 생명체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마주한 나탈리는 "200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가 이후 두 번째 방한이다. 한국 문화와 음식을 좋아하기에 너무 기쁘고 흥분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점심도 두부식당에서 먹을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스플라이스' 속 새 생명체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몸은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를 연상시킨다. 유별난 신체적 능력을 지닌 생명체는 성별을 오가며 부부 과학자와 육체적 관계까지 맺는다. 그는 "동물과 인간이 결합된 신화적 존재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 기술과학이 발전하면 인간이 그런 존재를 창조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특이한 내용에 제작비까지 많이 들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고도 했다.
영화는 유전공학이 빚어낸 혼란스러운 상황을 묘사하지만 정작 나탈리 감독은 "동물 복제 연구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당히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이긴 해도 유토피아적 사고와 신기술의 결합이라는 면에서 호의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일본인 아내를 둔 나탈리 감독은 "만화 등 일본문화는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동양에선 기계나 신기술과의 공존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듯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영화 '마더'와 '박쥐' 등도 간접적인 영향을 줬는데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기존 장르를 비틀어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인근에서 사는데 한국과 일본문화의 차이점을 많이 느낀다. 한국을 떠나기 전 역사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서울을 좀 더 관찰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나탈리 감독은 23일 오후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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