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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북한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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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북한을 어찌할 것인가?

입력
2010.06.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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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더할 수 없이 악화되었다. 합동조사단의 발표대로 북한의 소행이라면 당연히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사건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 필요 이상으로 대결국면을 조성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 또한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강력한 대북 대결정책이 기조가 되다 보니 전쟁도 불사하겠다거나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께 묻고 싶다. 정말로 전쟁을 원하시는가?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서는 무력 응징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한반도 전쟁은 남북한 모두의 공멸이다.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남한이 60년간 이룩한 발전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외국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서울에 핵폭탄이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만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불사를 외치는 이들은 너 죽고 나 죽자는 막가파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가만히 보면 강력 대응을 외치는 대통령이나 주변 사람들도 실제로 전쟁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강경한 태도로 북한을 압박하여 길 들이려는 의도인 듯하다. 잔뜩 겁을 주어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말로써 그런 변화가 가능할까? 막무가내로 대드는 이에게 실제로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으면서 '너 계속 그러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라고 협박해 본들 순순히 물러나겠는가. 그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실제 완력을 행사하여 굴복시켜야 한다. 그런데 완력을 행사하는 순간 우리 자신도 파멸한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원초적 딜레마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전쟁이 아니라면 평화적으로 북한을 길들이는 길밖에 없다. 북한은 막무가내 형제와 같다. 가진 것이 없는 형제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나온다. 그를 경찰에 고소하거나 이웃 마을의 힘센 형님을 동원해 두들겨 팬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죽기살기로 나올 뿐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어 도움에 중독되게 만들고, 마침내 그 도움을 바탕으로 성실한 삶을 꾸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평화적 공존이 가능해진다.

우리 정부가 모든 대북 협력사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해도 북한이 꿈쩍 않는 것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에 개성공단이 10개가 넘고, 사회기반시설 정비를 남쪽에 의존하고, 남한 자본이 북한에 대규모로 유입되어 있다면 남한 정부의 말 한마디가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로 이점을 우리는 동서독 관계에서 배워야 한다. 통일 전에 서독은 매년 동독에 32억 달러를 지원했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의 북한 지원금은 햇볕정책이 한창이던 2005년에도 1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게 퍼주기라면 더 많이 퍼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북한 경제가 남한의 지원 없이는 돌아갈 수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야말로 지금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엄청난 분단 비용뿐 아니라 미래의 통일 비용까지 절감하게 해주는 보검이다. 통일을 재앙이 아니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보검을 사용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미래를 중심에 둔 남북관계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용민 연세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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