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이 반환점을 돌았다. 다음달 12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열리는 결승전까지 총 64경기를 치르는데, 22일 현재 8개조 조별리그 32경기의 승부가 가려졌다. 사상 첫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는 이번 '지구촌의 축제'의 특징을 키워드로 중간 점검해 본다.
남미 대 약진, 유럽은 '추풍낙엽'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유럽도, '검은 돌풍'의 아프리카도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7위), 우루과이(16위), 파라과이(31위), 칠레(18위) 등 남미 5개국 모두 조1위를 달리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이상 2승)의 성적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남은 3팀도 선전을 거듭, '16강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우루과이는 프랑스전 무승부(0-0)에 이어 개최국 남아공과의 2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2회 우승에 빛나는 우루과이는 86년 멕시코에 이어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16강에 오른 이후 매번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F조 파라과이(1승1무)와 H조 칠레(2승)도 한 경기를 남겨 두고 16강 진출을 사실상 예약했다. 파라과이와 칠레가 16강에 오를 경우, 각각 2002년 한일월드컵과 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반면 유럽 대륙은 '쓰나미'를 맞은 듯 휘청대고 있다. 특히 이변의 희생양이 된 우승 후보들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A조 프랑스(1무1패), C조 잉글랜드(2무)를 비롯해 '디펜딩 챔피언'인 F조 이탈리아 역시 2무로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1승1패의 독일(D조)과 스페인(H조)도 각각 세르비아와 스위스에게 0-1 패배를 당하면서 망신을 샀다.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홈 어드밴티지'를 노리던 아프리카 팀들 역시 가나(D조ㆍ1승1무)를 제외하고 1승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연기에 심판, "우리도 인간"
월드컵은 '이변과 오심 논란'의 연속이었다. 이번 대회 역시 다르지 않다. 심판들의 수준 낮은 판정이 대회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명 배우를 능가하는 선수들의 '시뮬레이션 액션'에도 속수무책이다.
21일 브라질-코트디부아르전.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가 골을 터뜨릴 때 두 차례나 팔로 볼을 건드렸으나 주심 스테판 라노이는 핸드볼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의 카데르 케이타가 브라질 카카와 몸을 부딪힌 뒤 얼굴을 감싼 채 경기장에 나뒹굴었는데, 라노이 주심은 오히려 카카에게 두 번째 옐로카드를 꺼냈다. 케이타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속아 카카를 그라운드 밖으로 내쫓은 것이다.
앞서 18일 열린 미국과 슬로베니아 경기에서 주심을 본 코먼 쿨리벌리도 2-2로 맞선 후반 41분 미국의 모리스 에두가 넣은 명백한 골을 파울로 선언했다. TV화면 분석결과 오프사이드도, 반칙으로 볼 만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주심은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거센 논란을 불렀다. UPI통신은 22일 워싱턴포스트를 인용해 "FIFA가 쿨리벌리 심판을 남아공월드컵 16강 심판 명단에 넣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모든 경기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