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관습적으로 사용됐던 표현이'세계의 벽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진 축구'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눈 높이가 맞춰졌다. 최근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사용한 전술을 비교해보더라도'국제 무대의 주류'와 차이가 크게 좁혀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
에메 자케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는'크리스마스 트리(4-3-2-1)'라는 독톡한 전형으로 자국에서 열린 98프랑스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는 영광을 경험한다. 이 시스템의 위력은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확인됐다. 지역 수비를 기초로 하고 중원에 강한 압박을 가하는 포메이션이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였다.
반면 차범근 감독이 지휘했던 한국은 당시 '스위퍼 시스템'을 기초로 한 3-6-1, 3-5-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두 명의 스토퍼 뒤에 최종 수비수(스위퍼)를 배치하는 전술은 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퇴조했고, 지역 방어에 초점을 맞춘 일자 수비가 대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홍명보를 최종 수비수로 배치하는 '스위퍼 시스템'을 고집했다. 세계 축구의 흐름에 동떨어져 있던 시절이다.
국제화 전기 마련한 히딩크
현대 축구의 전술적 모델인 '토털 사커'의 발원지인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압박, 멀티 플레이, 파워 프로그램 등 생소한 개념을 대표팀에 도입하며 한국 축구가 국제 흐름에 눈을 뜨게 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도 목표로 했던 포백 수비라인을 정착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취임 초기 포백 전환을 시도했지만 수비수들이 적응하지 못하자 결국 일자 스리백 수비를 기초로 한 3-4-3 포메이션으로 2002 한일 월드컵에 나섰다.
히딩크 감독의 전술은 이후 4년간 한국 축구의 기본 틀이 됐다. 2005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할 때까지 누구도 '히딩크의 유산'을 바꾸려 드는 이가 없었다.
4년 만에 자리 잡힌 포백 수비진
아드보카트 감독은'첨단 유행 전술'인 4-2-3-1 포메이션으로 독일 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그도 '히딩크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토고와의 1차전에서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던 것.
아드보카트 감독의 시도는 핌 베어벡 감독을 거쳐 '허정무호'에 이르러 완성됐다. 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4-4-2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성패를 떠나서 월드컵 본선에서 스리백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술적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아공 월드컵의 전술 특성은 포백 수비라인을 기초로 한 탄력적인 전술 운용이다. 대부분의 강호가 공격수와 미드필드 숫자에 변화를 주며 1~2개의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스페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스위스와의 1차전에서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를 최전방에 세운 4-1-4-1 포메이션을 구사한 스페인은 온두라스와의 2차전에는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를 투 스트라이커로 배치한 4-4-2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큰 틀에서'허정무호'의 전술 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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