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가 '우리식'이다. 정치, 사회, 경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모든 시스템에 '우리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5명의 수비수를 배치한 역습 위주의 전술을 사용한다. 5-4-1, 5-3-2 포메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북한이 말하는 '우리식 전술'이다. 남아공 월드컵에 나선 김정훈 북한 감독은"우리 장점을 살린 전법대로 싸워야 한다. 남의 것이 아닌 '조선식 축구'를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1-2로 패한 데 이어 2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7로 대패하며 조별리그 통과가 좌절됐다. '북한식 축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놀라운 체력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세계 축구계를 경악시켰다. 44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북한은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워 세계의 벽에 도전했다.
그러나 기술적, 전술적으로 변화를 거듭한 세계 축구에서 도태된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투지'외에 없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에 3-5로 졌던 북한이 21일 포르투갈에 당한 대패는 '44년간 제자리에 머문' 결과에 다름 아니다.
북한 선수들은 누구 못지않게 많이 뛴다. 그러나 현대 축구가 추구하는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다. 체력이 제아무리 강해도 전원이 수비에 가담한 후 역습에 나서는 전술은 체력 관리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강철 체력을 과시했던 북한은 포르투갈전 후반에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6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무작정 많이 뛰는' 비효율적인 전술이 초래한 결과다. 선수층이 얇은 북한에 비효율적인 전술은 더욱 큰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성공은 '세계화'에 힘입은 바 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네덜란드 코칭스태프가 '우물 안'에 머물렀던 한국을 도약시켰다. '혁명적인 변화'없이는 북한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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