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결혼한 A씨는 아침 출근길마다 자신의 아파트 옆 동에 있는 처갓집에 들릅니다. 백일이 갓 지난 아들을 안고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어디에 얻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에게 회사선배는 "가능하다면 처갓집 근처에 살아라"고 귀띔했습니다. 여자가 편해야 가정생활이 편한데, 그러려면 처가 가까이에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조언이었지요. 정서가 안정되고, 육아와 가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고요. 처가 곁에 신혼살림을 차린 A씨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출산 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고, 아기는 장모의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자라니까요.
이런 가정이 주변에 흔합니다. 사회가 모계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결혼현장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입니다. 물론 처부모만 부모는 아닙니다. 시집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성에게는 시어머니보다는 친정어머니가 편하고 부담이 없으니 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지상정입니다. 신혼부부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하려고 고민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직장을 포기하는 케이스도 드물지 않습니다. 출산을 늦추거나 아예 안 낳아 저출산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궁하면 통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바로 처가의 도움이지요.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인 듯합니다.
저는 유교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집안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남성의 권위, 책임감, 이런 것이 강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작금의 사회 트렌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혼의 중심이 남성에게서 여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들에게 물어보니 결혼을 준비하면서 갈등을 겪은 커플이 30% 정도 되더군요. 가장 큰 갈등은 신혼집 탓에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비용 분담, 평수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집의 위치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신혼집을 처가 근처에 얻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결혼 전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는 경우도 목격됐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대부분 여성의 손을 들어주더군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래야 결혼 이후에 발생하는 온갖 트러블을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아이를 맡긴다고 하면, 이해는 하면서도 혀를 끌끌 차는 이들이 많았지요. 연로한 부모를 고생시킨다는 효심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그리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 순리려니 따르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것입니다.
동시에 일종의 절충안도 필요합니다. 부모의 기여를 인정하자는 얘기입니다. 부모의 육아대행은 사실상 자식의 사회활동에 대한 지원입니다. 따라서 부모에게 일정한 급여를 드려봄 직합니다. 노년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모자식 간의 윈윈을 제안합니다. 신세를 진다고 생각하면 부모와 자식 둘 다 미안해집니다. 남편이 돈을 잘 버니 아내는 집에서 살림만 해도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절대다수 평범한 가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부모의 도움을 최대한 받는 부부들에게 결코 손가락질을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부모에게 양육을 맡기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부모는 당신이 자식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내리사랑에 뿌듯해집니다. 또 자주 만나게 되니 처부모가 친부모 같고, 사위도 아들 같아집니다. 21세기 버전 가화만사성, 처갓집에서 출발합니다.
■ 남녀본색
신혼부부들은 결혼 준비과정에서 어떤 갈등을 겪을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009년 결혼한 부부 356쌍을 대상으로 갈등 여부와 함께 특히 갈등이 심했던 부분을 조사했다. 그 결과, 356쌍의 커플 가운데 갈등을 경험한 경우는 131쌍 36.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결혼준비를 하면서 겪는 갈등은 어떤 것들일까? 종종 사회 이슈화하는 예단 문제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신혼집 마련 문제가 더 큰 갈등을 부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 커플의 33.1%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예단(15.4%), 예물(14.6%), 혼수마련(10.0%), 예식장 선택(9.2%)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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