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는 2군으로 추락했지만 일본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선수다. 국내복귀보다는 일본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게 바람직하다."선동렬 삼성 감독이 국내 복귀설이 돌고 있는 '국민타자' 이승엽에 대해 던진 충고의 메시지다. 요미우리는 쟁쟁한 대형타자들이 즐비해 이승엽이 출전기회가 적지만, 타 구단에선 이승엽 만한 거포가 드물어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이승엽(34)이 21일 끝내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허리 통증으로 2군에 머물다 10월 1군에 올라온 뒤 꼭 8개월 만이다.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1할7푼3리(81타수 14안타)에 5홈런, 11타점. 시즌 전부터 주전에서 밀려나면서 어두운 앞날은 예견됐다.
이번 2군행은 사실상 요미우리로부터 '전력 외'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올해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도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실적으로 일본 내 타 팀 이적이나 국내 복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올 시즌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주전 1루수로 다카하시 요시노부를 점찍었다.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팀의 간판에 대한 예우도 있었지만, 이승엽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방증이었다.
이승엽은 시범경기부터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대타나 대수비로 교체 투입되면서 사실상 벤치 멤버에 머물렀다. 불행히도 경기를 치를수록 다카하시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등은 명불허전의 기량을 자랑하면서 이승엽을 더욱 궁지에 몰았다. 양대 리그 통틀어 홈런 2위(21개)를 달리고 있는 아베 신노스케의 장타력까지 더해져 이승엽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
이승엽은 2004년 지바 롯데에 입단한 뒤 이듬해 팀을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2006년 개막 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며 강한 인상을 남긴 덕에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로 이적했다. 그러나 첫 해 홈런 41개, 이듬해 30개를 때리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승엽은 2007년 부상으로 고전하더니 시즌 종료 후 왼 엄지 수술을 받으며 험난한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이승엽이 국내 유턴을 결심할 경우 올해 주니치에서 LG로 돌아온 이병규와 같은 절차를 거치게 된다. 8개 구단 어디와도 협상을 할 수 있지만, 삼성 외 구단이 이승엽을 영입하려면 이승엽의 일본 진출 직전인 2003년 삼성에서 받은 연봉(6억3,000만원)의 최대 450%(28억3,000만원)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이병규처럼 친정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규약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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