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싱과 연출은 확연히 다르잖아요? 그렇게 말렸는데 이거(연출) 안 하면 죽을 것 같대요. 어떡해요, 해야지."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연출가로 변신한다는 소식에 그의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신 대표는 '지킬 앤 하이드' '드림걸즈'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등 유명 레퍼토리를 제작한 뮤지컬 프로듀서. 그가 7월 공연되는 소극장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국내 무대에서 제작과 연출을 함께 맡는다. 두 남자의 우정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이 작품은 지난해 신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공동 제작한, 그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었다.
"프로듀서가 된 지 올해로 10년이에요.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데, 공황 상태가 오더라고요. 연출로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싶었죠." 이제는 어엿한 중견 프로듀서에 속하지만 누적된 피로와 부담감이 그를 옥죄었다고 한다. 공동제작사나 주변에서는 그가 마케팅에 힘쓰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연출을 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대외 업무는 모두 중단시켰다. 그는 "지금 (연출) 안 하면 앞으로 일 못할 것 같았다.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신 대표가 연출을 맡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연출한 '스펠링 비'에서 그는 고배를 마셨다. "실패 요인이요?(웃음) 우리 정서에 잘 맞지 않았어요." 그는 "일취월장을 바라진 않는다"며 "다만 배우, 스태프와 가까이서 호흡하며 그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프로듀서는 지시하는 입장이지만 연출은 형, 동료 같은 존재여야 한다.
막상 시작하려니 신인 연출로서의 부담은 굉장했다. "처음으로 대본을 읽으며 맞춰보는 날 아침, 쫓기는 마음에 답답해서 주먹으로 벽을 쳤는데 팔이 부러졌어요. 그 순간 너무 아픈 동시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이해하시나요?" 깁스를 막 풀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여유 또한 물씬 풍겼다. 자신감도 충만해 보였다.
그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화려한 무대 메커니즘을 거부한 소위 비주류 뮤지컬"이라며 "두 배우가 맨몸으로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배우보다 한국 배우가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 브로드웨이에서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출자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르면 내년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즈니 같은 회사로의 변신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 출발은 제가 쓴 시나리오로 올해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겁니다." 7월 13일~ 9월 1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1588-5212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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