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에 처음 당선된 인사들이 인수위원회를 만들어 '점령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한국일보 22일자 1ㆍ3면). 당선자들이 의욕적으로 업무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높이 사야 한다. 하지만 도가 지나쳐 기존 조직 업무와의 마찰이 심각하고, 특히 이권유착의 의혹이 일거나 살생부 등의 소문이 나도는 정도라면 문제가 크다. 민선 교육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기초단체장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위보다 더 큰 규모의 인수위를 조직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사 대표나 건설업자 등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이 자치단체의 각종 사업까지 보고 받겠다고 나서니 점령군이나 감사원이라는 불평으로 마찰이 커지고, 당선자를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혹 부조리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행정공백을 우려해 스스로 업무보고 받는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소수의 교수나 전문가로 팀을 조직해 '권한 인수가 아니라 시정 파악'에 전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치단체장 인수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당선자의 사조직이다. '지자체장이 퇴직할 때에는 소관사무 일체를 후임자에게 인계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규정(106조)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선거 전에 민선5기 지자체장직 인계ㆍ인수를 위한 공간과 사무집기 등을 지원하라는 지침을 발송한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규모와 자격, 권한과 의무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당선자의 입맛에 따라 인수위가 구성될 수밖에 없다. 선거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인사와 업무에 부정적 영향력이 개입될 소지가 충분하다.
당선자가 스스로 겸손하고 성실하게 새로운 업무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는 있어야 한다. 법령으로 큰 틀의 원칙을 정하고 지자체 조례 등으로 세부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 인수위 참여자에게는 국가공무원법상의 결격사유를 적용하고, 비밀누설 금지 의무를 지우고, 인수위 활동을 사후에 공개하는 등 대통령직 인수위의 관련 법과 규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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