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 간 가스공급을 둘러싼 갈등의 불똥이 유럽으로 튈 기세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2일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스파이프의 차단을 명령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벨라루스를 통해 공급되는 가스는 유럽 전체 사용량의 6.5%에 달하며 특히 벨라루스 인근 리투아니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부는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계약상 의무에 충실해 유럽에 대한 피해를 막아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벨라루스의 가스차단은 러시아 정부가 2억달러에 달하는 벨라루스의 가스사용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벨라루스에 대한 가스공급량을 30% 줄이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에 벨라루스에 공급하는 가스 물량을 줄이도록 명령했다.
이는 지난 주 벨라루스가 약 2억달러 가량의 가스 대금을 갚지 않으면 공급량을 최대 85%까지 줄이겠다고 경고한 뒤 실행한 조치다. 앞서 19일 벨라루스는 채무를 기계류 등 현물로 갚겠다고 제안했지만 러시아가 거부했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 정부는 "2주 안에 대금을 정리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 또한 가스를 자국 영토 통과 대가로 2억1,7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가스 공급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공급량의 80%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나머지 20%는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에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2004년부터 거의 매년 가스 분쟁을 벌였고, 우크라이나와도 종종 갈등을 빚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를 구 소련연방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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