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때문에….'
SK가 스마트폰 때문에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모든 직원들에게 보급하는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최태원 회장과 사촌 형인 최신원 회장의 관계에 마찰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SK그룹이 SK텔레콤을 주축으로 도입하는 모바일 오피스 계획이다. 모바일 오피스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3만여명의 그룹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사무실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SK는 그룹 공통의 업무용 포털을 8월 중에 개설하고 스마트폰용 커넥티드 워크포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10월부터 주요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을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각 사별 전산망(인트라넷)을 통합해 이메일 확인과 결제 등을 스마트폰으로 하게 될 것"이라며 "각 계열사별로 모바일 오피스 운영 및 지원을 맡은 SK텔레콤과 휴대폰 보조금 및 통화료 등 요금제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의 원대한 계획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SK는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위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에 걸쳐 SK텔레콤 등 15개 주요 계열사 직원들에게 우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나눠준다.
여기에 최신원 회장 계열인 SKC와 SK텔레시스가 반발하고 나섰다. SKC의 자회사인 SK텔레시스는 지난해부터 휴대폰 제조에 뛰어들어 W라는 브랜드로 올해 5월까지 2종의 휴대폰을 SK텔레콤 가입자용으로 선보였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최초의 스마트폰도 내놓을 계획이다. 따라서 최신원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를 제쳐두고 타사 제품을 쓰는 것이 못마땅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최신원 회장은 SKC와 SK텔레시스 모두 그룹의 모바일 오피스 계획에서 빠지도록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신원 회장의 관계사만 모두 빠져나가 마치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사촌 형제들이 맞서는 형국이 됐다. SK텔레시스 관계자는 "그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최신원) 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며 "SK 계열이다보니 휴대폰을 만들어도 SK텔레콤외에 팔기 어려운 실정인데 그룹 공용 스마트폰 마저 타사 제품을 쓰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모바일 오피스 계획에 동참하는 일부 계열사들도 그룹이 지나치게 SK텔레콤을 지원한다는 불만이다. 계열사 관계자는 "모바일 오피스 이용을 위한 직원들의 휴대폰 통화료는 각 계열사가 부담한다"며 "각 계열사가 모바일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SK텔레콤 먹여 살리기에 동원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생산성이 걸린 문제인데 SK텔레시스에서 언제 내놓을 지 모르는 스마트폰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며 "특히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을 선정할 때 삼성전자나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SK텔레콤 지원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룹 관계자는"계열사 중에 통신서비스 업체가 있는데 타사를 이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SK텔레콤의 모범적 생산성 향상(IPE) 계획인 모바일 오피스가 성공하면 그룹이 성장하고 국내 정보기술(IT)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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