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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A양 사건이 마지막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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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A양 사건이 마지막이 되려면

입력
2010.06.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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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로 들떠있는 6월, 서울 도심 초등학교에서 8세 여자 어린이가 납치ㆍ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김 모의 범행 수법과 결과가 잔인한 데다, 대낮 학교 안에서 어린 학생을 흉기로 납치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사건이었다.

한국일보를 필두로 언론이 연일 관련 속보를 머리기사로 다뤘고, 학교안전의 문제점들을 추적 보도했다. 치안당국과 교육당국도 발 빠르게 대책들을 내놓았다. 골자는 학교 주변 감시를 강화하고,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국은 즉흥적으로 대책을 쏟아내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서 '즉흥적'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대책들이 대개 범죄예방에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현실적 조건이 따르지 못해 구두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때도 성폭력 전과자들에 대한 관리 강화와 형량 상향 조정 등 조치들이 쏟아졌지만 불행히도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다.

열 명의 경관이 한 명의 도둑을 막을 수 없다는 말처럼, 범죄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무엇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흉악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길 밖에 없다.

A양 사건을 돌아보면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우선, 학교 측의 대처다. 사건 당시 피의자는 술에 만취해 있었고, 허름한 티셔츠와 칠부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그 상태로 초등학교 운동장을 배회했다면 누가 봐도 경계심을 가질 만했지만, 일직교사는 '5학년 아들을 만나러 왔다'는 피의자의 말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일 5학년 수업은 없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벌어졌다. 피의자는 A양에 앞서 다른 여자 어린이에게 범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하지만 그 여자 어린이는 선생님이나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학교 측은 A양이 방과후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어머니가 학교에 찾으러 올 때까지 무신경했다.

일직교사가 피의자의 행색을 보고 지레 겁을 먹고 적당히 방치했는지, 아니면 범죄의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해서 그랬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직교사 개인에게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주는 학교안전 매뉴얼이 있었다면, 그래서 그 교사가 대처요령을 숙지하고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A양에 앞서 범행을 당할 뻔 했던 어린이도 학교에서 평소 그런 교육을 잘 받았다면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알렸을 것이다.

이처럼 범죄예방 교육의 부재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에 비하면, 사건 이후 학교 측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는 오히려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 측은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기보다, 사건 뒤로 숨으려고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일보 취재결과 전체 학교 현장에 대한 교육당국의 범죄안전 진단이 지금까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어디가 취약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쏟아지는 대책들은 현장과 괴리된 땜질식 처방에 그치기 십상이다.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세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선 학교의 범죄안전 실태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학교별 맞춤형 대책을 제공해야 한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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