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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단 '오필승 코리아 나눔베팅'/ "한국 16강 가는데 만원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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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단 '오필승 코리아 나눔베팅'/ "한국 16강 가는데 만원 기부합니다"

입력
2010.06.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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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선수가 골 넣는 데 5만원!" "우리가 이기는 데 2만원, 역전승엔 3만원 걸어요."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이 열린 1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 가게. 50여명이 저마다 내기 돈을 거느라 정신이 없다. 수 천원에서 수 만원씩 오고 갔다. 심지어 전반 7분 터진 이정수 선수의 첫 골에도 반응이 엇갈렸다. "아~ 무승부에 만원 걸었는데" "좋아, 한 골 더 넣으면 3만원이다." 행인들이 돈 놀음 함성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가게에 불법 도박판이라도 벌어진 걸까.

가게에 모인 이들도 '돈 내기 시합'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내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기에서 이기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그만큼 돈을 잃어야 하기 때문. 해괴한 내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자 가게(아름다운가게)의 관리인격인 아름다운재단의 권연재 간사가 허허 웃는다. "내기에 이기니 기분 좋고, 건 돈을 기부까지 하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아름다운재단은 10일부터 '오필승 코리아 나눔베팅 이벤트'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이 한 골 넣을 때마다 1만원씩 기부하겠다'는 식으로 베팅을 하는 일종의 기부프로그램이다. 영화배우 서태화 전창걸씨 등이 트위터에 나눔베팅 참여를 독려하자 가족, 연인, 친구, 각종 동호회 등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나서 이벤트를 풍성하게 한 것이다.

그리스전이 끝나자 '2 대 0'의 결과를 맞춘 수십 명의 시민들이 약속대로 베팅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5만원을 내겠다던 김승희(23)씨는 "월드컵 때면 인파로 가득한 광장에서 응원을 즐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한국팀의 승리를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도 함께 나누니 기쁨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약속대로 5만원을 기부했다. 이벤트를 통해 모인 기부금은 소외 아동 및 청소년의 스포츠 활동 지원에 쓰인다.

17일 아르헨티나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저녁에는 '정성룡 선수가 골 막을 때마다 1,000원 기부할게요'(문향모ㆍ28), '1 대 1로 비기면 2만2,500원 기부하겠습니다'(신충섭ㆍ31), '승리하면 만원 기부할게요~ 제발 이겨라'(이영주ㆍ33) 등 많은 이들이 나눔베팅에 참가했다.

아름다운재단은 그리스전에는 약 50명의 시민이 참여해 40여만원이, 아르헨티나전에는 약 100명이 기부해 130여만원이 모였다고 21일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한국팀이 이기는 데 베팅을 한다"며 "한국 대표팀이 이길수록 기부금액도 많아지니 우리 대표팀이 꼭 선전해서 16강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도 나눔베팅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2 대 0으로 이기면 1만원 기부합니다'(강민우ㆍ23), '박주영 한 골당 만원, 파이팅'(최평민ㆍ34), '우리나라가 16강 진출하면 만원 기부합니다'(김지혜ㆍ24) 등이다.

아름다운재단 윤정숙 상임이사는 "희망과 기쁨, 탄식 등 월드컵 응원을 통해 나누는 강한 연대의식이 (나눔베팅으로 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까지 흘러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드컵의 더한 감동을 누리고 싶다면 나눔베팅 참여 사이트(www.beautifulfund.org)나 전화(02-730-1235)를 이용하면 된다.

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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