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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펠레같은 발 재간에 마라도나의 손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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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펠레같은 발 재간에 마라도나의 손 기술?

입력
2010.06.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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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30ㆍ세비야)가 오른발로 '퉁'하고 띄운 볼은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버티고 있던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조코라(세비야) 머리 위로 순식간에 넘어갔다. 또 다른 수비수 콜로 투레(맨체스터 시티)가 달려들자 파비아누는 다시 오른발로 공을 차올렸다. 투레 마저 제친 파비아누는 볼을 트래핑한 뒤 벼락 같은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여기까지는 펠레의 환생이었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펠레는 양 무릎으로 공을 튀겨 스웨덴 수비수 키를 넘겼고, 수비수 뒤로 돌아들어가 발리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 득점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화려한 골로 기억된다.

그런데 파비아누의 골은 발 기술 뿐만 아니라 손 재주의 도움도 있었다. 콜로 투레를 따돌릴 때 공중에 뜬 볼을 오른팔로 받아 발 앞에 떨어뜨렸다. 앞서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따내기 위해 시아카 티에네(발랑시엔)와 몸싸움 할때도 파비아누는 손을 사용했다.

이 장면은 마라도나의 재림이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헤딩슛을 하는 척 하며 왼손으로 공을 쳐서 득점에 성공했다.

21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G조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의 2차전. 후반 5분에 터진 파비아누의 득점은 펠레와 마라도나가 동시에 연상되는 골이었다.

수비수 3명을 순식간에 따돌린 파비아누의 현란한 개인기에 심판의 눈까지 속인 교묘한 핸드볼 반칙. 이번 대회의 가장 아름다운 골이자 논란이 될만한 골이었다.

경기 후 파비아누는 '손의 개입'을 인정했다. "공이 우연히 와서 맞았지만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다. 성스러운 손이 도운 것"이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에릭손 감독은 "파비아누는 무려 두 번이나 득점 상황에서 핸드볼을 범했다"고 불만을 드러냈지만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순 없었다. 브라질의 3-1 승.

이날 두 골을 몰아넣은 파비아누는 단숨에 월드컵 득점왕 후보로 떠올랐다. 프랑스 렌, 포르투갈 포르투를 거쳐 스페인 세비야에서 뛰고 있는 파비아누는 2009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득점왕을 차지한 브라질의 간판 공격수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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